서울 전역에서 아파트 매물이 쌓여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본격화되고 가격상승의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서울지역에 아파트 매물이 급증하고 있으나 매수세는 완전 실종돼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석달새 매물 4만건 증가 = 9일 부동산정보 제공업체인 ㈜스피드뱅크에 따르면지난해 9월말 서울지역 아파트시장의 매매.전세매물은 매매 8만5천661건, 전세 5만7천670건 등 14만3천331건이었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시장의 침체와 함께 지난해 4.4분기부터 매물이 쏟아지기 시작해 현재 매물수는 18만6천123건(매매 10만787건, 전세 7만8천253건)에 이른다. 석달새 4만건이 넘는 매물이 쏟아져 나오며 매매.전세매물수가 30% 이상의 증가세를 보인 셈으로 3만6천여건에 이르는 월세매물을 합치면 현재 서울 아파트 총 매물은 22만건을 넘어서고 있다. 서울 전역에서 매물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지난해 아파트 가격 상승세를 주도했던 강남구와 양천구에서는 특히 매매물량이 급격하게 늘어나 눈길을 끌고 있다. 강남구의 매매매물은 지난해 9월말 7천901건에서 현재 1만734건으로 36% 늘어났으며 양천구의 매매매물은 같은기간 2천971건에서 4천449건으로 무려 61% 증가했다. 개포동 현지의 한 중개업자는 "지난해 여름 아파트 가격이 급등할 때 투자목적으로 2~3채씩 사들였던 투자자들이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매물을 속속 내놓고있다"고 설명했다. ◆매물 단기간내 소화 힘들다 = 현지 중개업소와 부동산 전문가들은 수개월새급격히 늘어난 아파트 매물이 당분간 소화되기 어려우며 이는 장기적인 가격 약세로이어질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구로동 건국공인 관계자는 "매물이 점차 쌓여가고 있지만 지금 분위기로는 물량이 더욱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돼 아파트 가격은 당분간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곡동 도곡부동산의 심언필 사장도 "지난해 4.4분기부터 매물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지난해 하반기의 2배 가량에 달하는 매물이 쌓여 있다"며 "하지만 매수세가 전혀 없어 매물이 소화될 조짐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강력한 투기억제책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규제강화 ▲다가구.다세대주택의 급증 ▲실물경기의 침체 등 4가지 악재가 매물 적체 해소와 가격 상승을 가로막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의 홍순철 팀장은 "지난해 아파트가격의 급등을 이끌었던 환경들이 올해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모두 바뀌었다"며 "투기억제책이 풀리고 실물경기가 호전되지 않는 한 매물 적체와 가격약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기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