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여자가 더 잘 알잖아요" 21년째 집짓는 회사를 이끌어 온 동보주택건설의 조영숙 사장(60). "집은 카페나 호텔처럼 한순간 즐기는 곳이 아닙니다.오래 살아도 질리지 않아야 합니다.물론 겉만 번지르해서도 안됩니다.짓는 사람의 정이 담겨 있어 누구나 살고 싶은 곳이 돼야 합니다". 동보주택건설은 유난히 여성 임직원이 많다. 여직원의 비율이 전체 직원의 30%에 달한다. 임원은 물론 기획실장 부장 차장에 이르기까지 핵심적인 일들은 여성들이 모두 맡아 척척 해낸다. 조 사장은 "의도적으로 여성직원을 뽑은 건 아닙니다"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여성의 꼼꼼함과 섬세함이 오히려 집을 더 잘 지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조 사장은 건설업계에서만 30년이 가까이 몸담아왔다.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이 열악했던 지난 70년대 중반 조 사장은 건설업이 유망할 것으로 보고 "금녀의 구역"에 과감하게 발을 들여놓았다. "처음엔 만나는 사람마다 이상한 눈으로 봐 부담이 됐다"고 조 사장은 당시를 회상했다. 조 사장은 마감재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는 건 물론 땅계약 설계 분양에까지 직접 관여한다. 현장도 이틀이 멀다하고 찾는다. "주택사업 초기엔 젊은 아줌마가 이리뛰고 저리뛰고 하니 안쓰러워서 협력업체들이 잘 해준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 사장은 사업 초창기엔 서울 청담동과 구로동 등지에서 빌라를 짓고 소형 상가도 공급했다. 80년대 중반부터 강원도 춘천 원주 등지에서 본격적으로 아파트 분양을 시작,지금까지 약 7천가구를 공급했다. 조 사장이 짓는 동보아파트(노빌리티) 단지마다 노인정 옆에는 텃밭이 조성된다. 노인들이 정을 가지고 살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조 사장은 누구보다 내실경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20~30%만 분양되면 준공하는 데까지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라며 외환위기를 무사히 견딜 수 있었던 비결을 밝혔다. 동보는 현재 경기도 분당 수내동에서 오피스텔(1백20실)을 공급 중이다. 또 다음달 초에는 수도권지역 첫 사업으로 동백지구에서 "동보노빌리티"(4백83가구)를 선보인다. (02)515-3891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