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서울시장이 취임 이후 갖가지 개발계획을 쏟아내면서 부동산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강북 뉴타운 건설에 마곡지구 조기 개발,뚝섬·정보사터 공원화 등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면서 한편에서는 '모처럼 강북지역 땅값이 급등할 것'이라며 반기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철거·보상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당초 계획을 뒤집는 계획이 발표되면서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이 시장은 전임 고건 시장과 엇갈리는 정책을 내놓는 경우가 많아 이 시장의 한 마디가 부동산 시장을 들었다 놨다 하는 양상이다. ◆들썩거리는 부동산시장=뉴타운 시범지역인 '은평' '왕십리' '길음' 일대는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시장 안정대책 이후 쏟아졌던 매물이 쑥 들어갔다. 도심형 뉴타운 후보지인 상왕십리동 내 20평형 단독주택은 서울시 발표 직전만 해도 평당 6백만원선이었지만 요즘은 평당 6백50만원으로 올랐다. 은평구 진관내·외동의 주택은 한 달 전 평당 3백만원이었으나 지금은 5백만원 이상을 줘도 매물 잡기가 힘든 실정이다. 성북구 길음동 세종공인 이영란 사장은 "현재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인 길음 5∼6구역의 경우 주변 지역보다 평당 3백만원 정도 비싼 평당 1천만원까지 호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최근 '조기 개발'로 정책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진 마곡지구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른바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이 몰리고 매물도 급속히 사라져 투기조짐마저 일고 있다. 마곡지구 인근 우리부동산 관계자는 "대로변 땅은 평당 1백만∼1백10만원이나 하지만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거래는 거의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불안한 '뉴타운' 주민들=보상·철거·이주 문제로 뉴타운 일대 원주민들은 뒤숭숭하다. 일부 주민들은 뉴타운 개발에 반대하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상왕십리 일대에서는 일부 토지주와 가옥주들이 서울시에 강제 수용될 경우 보상가가 시가보다 낮아져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집단행동도 불사할 태세다. 이 지역에 사는 한 세입자는 "뉴타운 개발이 결국 철거 얘기 아니냐"며 "여기서 나가면 또 어디로 가란 말이냐"고 한숨만 지었다. 일부 집주인들도 "보상비를 받아 세입자들에게 임대보증금을 돌려주면 남는 게 없다"며 막막해 하고 있다. ◆바뀐 계획에 울상짓는 땅 주인=서울시가 사업 계획을 바꾼 뚝섬과 정보사터 일대 땅 주인들은 허탈한 표정이다. 뚝섬 시설지구에 2만1천여평의 토지를 소유한 INI스틸 관계자는 "당초 계획대로 상업시설이 들어서면 평당 1천만원은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잔뜩 기대했는데 공원으로 바뀌면 평당 6백만원도 받기 어려울 것 같다"며 "가만히 앉아서 8백억원 이상을 손해보게 생겼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LG건설 대림산업 등 대형 건설회사들은 지난 6월 서울시와 국방부의 정보사터 이전 합의 계획 발표 직후 부지 매입을 위해 태스크포스팀을 꾸리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지만 지금은 '닭 쫓던 개'꼴이 됐다. 대림산업 장현 부장은 "정보사터 이전 결정 직후 사업성 분석을 시작했다"며 "주택 건립 시뮬레이션까지 마쳤는데 이제 와서 공원으로 꾸민다니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주용석·송종현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