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개가 떴으니 병아리들은 대피하라.' 11일 오전 국세청의 기습 세무조사 소식이 알려지자 서울 강남과 분당신도시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비상연락망을 통해 긴급대피령을 내렸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국세청이 세무조사 시작 시각으로 발표한 오전 11시 이전에 문을 닫는 업소들이 나와 정보가 사전에 새나갔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때문에 이들 지역에서는 조사 대상 중개업소들 가운데 상당수가 문을 닫은 상황에서 국세청이 들이닥치는 '뒷북치기'가 나타나기도 했다. 강남구 대치동의 A중개업소 관계자는 "국세청 조사반이 나올 때마다 숨바꼭질을 한다"며 "이웃 중개업소가 국세청이 떴다는 소식을 미리 알려줘 급하게 문을 닫고 피했다"고 말했다. 대치동의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거래 은행 직원이 세무조사 정보를 미리 알려줘 오전 10시께 출근하자마자 내부를 정리한 뒤 문을 닫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미리 알고 피한 업소가 상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 아파트단지 인근 중개업소들도 "장미아파트와 잠실 5단지에 국세청 직원이 나타났다"는 비상연락을 받고 서둘러 철수했다. 또 최근 가격 상승이 덜한 강동구 고덕동 일대에서도 중개업소들이 사전 첩보를 얻어 일제히 문을 닫았다. 고덕주공 2단지 내 B중개업소 사장은 "최근 들어서는 국세청이 실제 단속에 나섰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사전 정보만 듣고 문을 닫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남구 개포동 일대의 경우 오전까지 정상영업을 하다 오후 1시께 한 중개업소에 국세청 직원들이 들이닥쳤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업소들이 일제히 문을 닫았다. 또 분당신도시에서도 지역에 따라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각각 대피시각이 달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일부 지역에서는 은행권 또는 다른 루트를 통해 사전에 세무조사 정보를 접한 것 같다"며 "업계에 나돌던 정보 제공자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세청 세무조사를 피해 몸을 숨긴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주변 야산이나 커피숍,다른 건물 내 사무실 등에 모여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락이 닿은 한 중개업소 사장은 "언제 영업을 재개할지 모른다"며 상황을 봐가며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