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뜸하던 서울 강남 일대 대단지 아파트의 "재건축 안전진단" 신청이 최근들어 크게 늘고 있다. 서울시가 안전진단 사전심사를 시작한 지난 4월 이후 넉달동안 안전진단을 신청한 대단지 아파트를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으나 지난달 정부의 "8.9 집값 안정대책" 발표 이후 급증세로 돌아서 8월 한달에만 신청 단지가 10군데를 넘어섰다. 이런 가운데 강남구청이 건설교통부와 서울시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으로 안전진단을 실시하기로 방침을 정해 안전진단을 신청한 이들 대단지들에 대해 어떤 판정이 내려질 지 주목되고 있다. ◆대단지 안전진단 신청 급증=정부의 '8·9 집값 안정대책' 발표 직전인 지난 7월말 서울 강남구 개포시영 아파트를 시작으로 8월 들어 개포 주공3단지,대치동 은마,일원동 대우,개포주공 2·4단지 등이 잇따라 강남구청에 안전진단을 신청했다. 이들 단지를 합치면 1만가구가 넘는 대규모 물량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연립주택·다세대주택 위주로 매월 2~3건에 그쳤던 안전진단 신청이 지난달부터 대단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크게 늘어 이미 10건을 넘어섰다"며 "매달 한번씩 열리는 안전진단 심의위원회에서 한꺼번에 처리하기 버거운 물량"이라고 말했다. ◆왜 늘어나나=서울시내 자치구 중 유독 강남구에서만 안전진단 신청 대단지 아파트가 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안전진단 통과 후 내년 3월까지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면 새로 제정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재건축을 순조롭게 추진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하면 이미 결정된 시공사 선정이 무효화될 가능성이 크고 재건축추진위원회도 다시 구성해야 하는 등 재건축 추진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다 안전진단 실시 권한이 규제를 더욱 강화하려는 서울시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리 심사를 받아 두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주민들의 압력도 가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안전진단 통과 여부가 재산가치를 높이는 주요 변수로 등장한 점도 또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안전진단 사전심사 거부=강남구청은 지난달말 인터넷 주민투표 결과 70%를 넘는 주민이 안전진단 독자추진에 찬성함에 따라 서울시 안전진단 예비평가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8일 재확인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안전진단 실시는 구청장의 고유권한 인데다 지난 1999년부터 이미 구(區) 안전진단 심의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어 서울시의 사전심사를 거칠 필요가 없다"며 "법이 바뀌기 전까지는 자체적으로 안전진단을 실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강남구만이 자체적으로 안전진단을 실시하는 셈이어서 최근 안전진단을 신청한 대단지 아파트의 심사결과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안전진단을 통과할 경우 집값이 들먹거릴 가능성은 크지만 조합설립 인가나 사업승인,지구단위 계획 등 거쳐야 할 과정이 많은 만큼 매수에는 신중한 자세를 갖는 게 좋다"고 말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