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2의 강남'을 2-3개 개발하겠다는 방침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따라서 부동산업계는 '제2의 강남'이 어디가 될지에 초미의 관심을 나타내며 서울 강남과 가까운 일부 특정 미개발지를 후보지로 본격 거론하는 등 그럴 듯한 관측까지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입지나 규모는 전혀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로 강남 인근지역이 대부분 그린벨트, 군사지역 등으로 묶여있는 점을 감안하면 신도시의 밑그림이 그려지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어서 정부가 섣부른 신도시 개발 계획을 발표, 땅값 상승을 부채질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정부 계획 = 정부는 고급 거주수요를 분산시키 위해 이른 시일내에 경쟁력 있는 입지 여건과 개발잠재력을 갖춘 지역을 선정, `강남에 못지 않은 수준의' 신도시를 2-3개 추가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90년대 집값 상승도 분당.일산.평촌 등 신도시 개발을 통해 강남의 주택 수요를 분산시킴으로써 잡았다는 것. 특히 2006년까지 153만가구를 지어 수도권 주택보급률을 100%로 끌어올리더라도 평형이나 녹지 확보, 교육여건 등에서 강남의 대체 주거지가 될 만한 주택을 공급해야 장기적인 가격안정을 이룰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따라서 신도시는 우수한 교통.문화시설 등을 갖춰 서울에 집중된 기능과 주택수요의 분산을 유도하는 동시에 도시.택지 개발시 계획수립 단계부터 자족기능을 확보하게 된다고 건교부는 설명했다. 건교부 이춘희 주택도시국장은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에 입지 선정 작업을 맡겨놨으며 땅을 찾아 구체적으로 검토하려면 시간은 좀 걸릴 것"이라며 "신도시의 규모도 입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건교부 관계자는 "서울 등 수도권에 올해 600만평, 또 2006년까지 570만평씩 5년간 총 2천880만평을 택지로 공급하기 위해 대체적인 선까지 그어놨고 규모도 다양한 만큼 신도시가 이들 지역 중에서 선정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수도권, 그것도 강남에 인접한 지역에 대규모 토지가 몇 안되는 점을 감안하면 수십-수백만평 규모의 미니 신도시 2-3개가 될 가능성도 있고 정부가 밝힌대로 자족기능과 기반시설을 갖추려면 수도권 외곽에 1천만평 이상으로 건설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국장은 "신도시에 대해서는 아직 백지상태"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주공.토공의 입지 조사가 끝나면 몇개 후보지를 선정해 사업타당성 조사 등을 거친 뒤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과 환경영향평가 등 본격적인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후보지 = 서울공항 부지가 최근 개발에 들어간 판교신도시보다도 서울에 가까워 최적의 부지로 꼽히고 있다. 이곳 150만평은 이미 80년대말 분당, 일산 등 5개 신도시 개발계획 당시 후보지로 검토됐던 곳이지만 그린벨트인데다 비행장 등 군사시설을 옮겨야 하는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제외됐다. 임인택 건교부 장관조차 "되면 좋겠지만 국방부가 응할 리 없다"고 말했었다. 한현규 경기부지사가 최근 내놓은 복안은 서울 외곽 동.서.남.북 4개 축에 자족기능을 갖춘 최대 1억4천만평 규모의 택지를 개발하되 우선 2020년까지 경기 의왕시청계산 주변 4곳에 1천470만평 규모 신도시를 건설하는 `청계산밸리 프로젝트'를 추진, 판교신도시와 연계해 `제2의 강남'으로 만든다는 것. 그러나 이 또한 대상 지역이 대부분 그린벨트로 묶여있어 환경단체나 환경부 등의 협조가 필요한 사항이다. 건교부도 "한 부지사가 내놓은 신도시 개발대상지는 모두 특별법에 규정된 그린벨트로, 5개 신도시도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개발한 적이 없으며 경기 남부권 신도시개발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수도권정비계획법 및 광역도시계획을 전면 재정비해야 하는 등 수도권 정책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강남 수준'이 `강남과 가깝다'는 거리의 의미가 아니고 '삶의 질이 강남수준'이라는 뜻으로 해석하면 경기 김포, 파주, 화성 등 아직 개발되지 않은 신도시후보지나 수도권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에 1천만평(강남 1천200만평, 서초 1천420만평) 이상으로 건설될 수도 있다. ◆업계 반응 = 부동산 전문가들은 강남 대체지 개발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하면서도 반드시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계획 아래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90년대초 상당수 강남 거주자들이 분당 등 신도시로 빠져나갔지만 교육환경이나 편의시설이 강남에 미치지 못해 최근 U턴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부동산뱅크 김용진 편집장은 "분당 거주자들의 탈분당 현상은 용인 난개발과 주변 대규모 택지개발로 분당이 고유의 쾌적함을 잃었기 때문"이라며 "이는 수도권 전체의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개발 없이는 제2의 강남 개발이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부동산플러스 권순원 부장은 "강남과 같은 주거환경과 교육.문화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서는 신도시에 막대한 자본이 투입돼야 한다"며 "자본조달 및 개발 소요기간등에 대한 상세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114의 김희선 상무는 "강남 대체지는 강남을 모방하지 않은, 차별화된 주거환경을 갖춘 지역으로 개발돼야 한다"며 "강남 대체지 개발과 함께 강북지역 주거환경 개선도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북.기존 신도시는 = 정부는 강남과 `제2의 강남', 그리고 강북과 기존 신도시의 균형 발전을 위해 강북과 기존 신도시의 주거환경 및 기능 개선에도 나선다. 강북지역 등 주거환경이 열악한 지역에 대해서는 재건축제도를 개선, 낡은 단독주택이 밀집된 곳에 대해서는 재건축을 촉진할 수 있도록 주민동의 요건을 100%에서80%로 완화하고 주거환경정비법 제정에 맞춰 시.도지사가 향후 10년간의 도시주거환경 정비방향을 제시하는 기본계획을 세우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리모델링 자금지원 조건을 완화, 가구당 지원하는 국민주택기금 3천만원 가운데 착공시 지원 비중을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 또 기존 신도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신분당선 전철과 영덕 양재간 도로 등 수도권 남부지역의 광역교통망을 조기 개통하고 수도권 북부지역 광역교통망도 올해말까지 세우기로 했다. 이와 함께 경기도와 시.군이 주체가 돼 지역별로 특성화된 자족기능을 확보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