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압구정 현대아파트와 관련된 일화가 하나 있다. 지난 70년대초 고(故) 정주영 현대 회장은 경기도 팔당댐 공사에 입찰하기 위해 임원들과 현장으로 가는 도중 잠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당시엔 배밭이었던 압구정에 들렀다. 배나무 아래에서 식사를 하던 정 회장은 돌연 "팔당은 포기하고 돌아가자"라고 말해 주의 사람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당황한 한 임원이 그 이유를 묻자 그는 "팔당댐을 건설하는 것보다 여기에 집을 짓는 게 좋겠다"면서 토지 매입을 지시했다. 배밭으로 이용되던 땅에 들어설 아파트의 가치를 한눈에 알아보고 정 회장은 그 자리에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렇게 해서 강남의 상징 아파트인 압구정 현대는 태어났다. 하지만 분양은 쉽지 않았다. 지난 75년부터 분양에 들어갔지만 미분양 물량이 속출했다. 이에 따라 마케팅의 일환으로 사회 저명인사들에게 저가로 공급한 게 특혜분양 시비를 낳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 사건이 오히려 반전의 계기가 됐다. 지난 70년대말부터 저명인사들이 산다는 입소문과 함께 뒤이은 강남 개발로 압구정 현대는 빛을 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