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8일 발표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시행령 초안은 '영세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가지 조치들을 담고 있다. 건물주가 임대료를 연간 12% 이상 인상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것이나 임대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연간 보증금액의 15% 이하만 받도록 규제한 것들은 모두 영세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들이다. 그러나 이같은 시행령 규정들이 실제로 얼마나 효과를 낼 것인지는 의문이다. 부동산값이나 임대료 상승률이 지역마다 다른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임대료 인상 상한선을 적용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법을 강력히 집행할 경우 임대료가 폭등하는 일부 지역에서는 건물주가 다른 형태의 보상을 요구하거나 임대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임대료 인상 상한선 12% 법무부는 한국갤럽에 의뢰한 '전국 상가건물 임대차 실태조사'에서 임대료 평균인상률이 12.4%로 집계된 것을 근거로 '계약 갱신의 경우 임대료 최고증액률 상한선 12%'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임대료의 과다한 인상으로 발생하는 임차상인의 피해를 막고 건물주에게도 적정수준의 이익을 보장해준다는 취지다. 그러나 전국에서 조사한 임대료 인상률은 전국 상가를 대상으로 한 평균수치이므로 지역별로 상한선을 적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부동산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서울 일부지역의 경우 사설 학원 등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임대료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별로 부동산 가격상승률이 다를 경우 임대료 상한선도 지역별 차등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경우 보증금액의 15% 이상(연간 기준)을 받지 못하도록 규정한 것도 이자율이 더 오를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최우선 변제권은 축소 채권자 변제순위에 관계없이 최우선적으로 보증금의 일부를 되돌려받을 수 있는 임차상인은 서울의 경우 보증금 4천5백만원 이하,광역시 3천만원 이하 등으로 정했다. 법무부는 전체 임차상인들중 하위 20%만 보호한다는 취지로 이같은 기준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이 비율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정한 최우선변제권 보호대상 세입자 하위기준율 25%보다 낮은 수치다. 법무부 관계자는 "생존권 성격이 강한 주택과 달리 상가는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것이므로 다소 낮은 수준에서 최우선 변제권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최우선변제권이 인정되는 상인들이 최우선적으로 보호받는 금액은 보증금의 30%(서울 1천3백50만원,광역시 9백만원 등)로 결정됐다. 이 비율 역시 주택에 적용되는 40%보다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월세를 내는 대부분의 상가는 주택에 비해 보증금 비중이 적기 때문에 최우선변제비율이 낮더라도 대부분의 보증금을 보호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권역별로 보증금 기준을 차등 적용 법의 보호를 받는 영세상인의 기준을 지역별로 달리 정했다. 서울은 보증금 기준 1억6천만원 이하,광역시는 1억원 이하의 상인들만 보호받게 된다. 월세와 보증금을 혼합해 임대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월세의 보증금 환산비율을 1백으로 정했다. 예를 들어 보증금 5천만원에 월세 30만원을 내는 상인의 경우 월세 30만원에 1백을 곱해 산출한 3천만원을 보증금에 더한 8천만원을 기준 보증금으로 정하는 식이다. 법무부는 아파트 단지내 상가에 대한 월세 산정률(보증금을 월세로 전환시 적용하는 비율)을 조사한 결과 연 12.5%로 밝혀져 연 12%(월 1%)의 기준율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보증금 1백만원을 덜 낼 경우 월세를 1만원 더 내야 하기 때문에 보증금 환산율을 1백으로 정했다는 설명이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