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업계에 영어나 불어로 된 아파트 브랜드 대신 순우리말과 한자를 결합한 토종 브랜드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외국어 이름이 신비감과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내는 반면 우리말 브랜드는 의미를 쉽게 전달하면서 외국어 브랜드에 비해 좀더 친근한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효성은 최근 기존 아파트 브랜드인 '화운트빌' 대신 '백년가약(百年家約)'이라는 브랜드를 사내공모로 확정하고 12일 남양주 호평에 분양할 아파트부터 이를 적용키로 했다. 선발과정에서 디아망(Diamant), 트레비앙(Tresbien) 등 불어계통의 브랜드도 심사됐지만 '백년이 지나도 살고싶은 튼튼한 아파트'라는 의미를 담은 백년가약이 소비자들에게 더욱 강한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결론을 냈다. 한신공영도 지난달 브랜드 구축작업을 통해 '인간(人)과 자연(木)이 조화된 아파트'라는 의미를 담은 '한신 휴(休)'라는 새 브랜드를 개발했다. 한신공영 역시 플러스타운, 이매진 등 영어를 활용한 브랜드를 적용해 왔지만 다소 진부하다는 판단에 따라 기존 브랜드와의 차별화를 꾀하면서 간결한 이미지를 전달하겠다는 의도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월 우리말의 '미소'와 라틴어의 '공간(-ium)'이라는 접미사를 결합해 '미소짓는 아파트'를 뜻하는 '미소지움(MISOZIUM)'이라는 새 브랜드를 개발했던 ㈜신성은 브랜드 이미지 강화를 위해 이달부터 TV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이밖에 삼성물산 건설부문 '래미안(來美安)', 대림산업 'e-편한세상', 롯데건설'낙천대(樂天臺)', 동양메이저 건설부문 '좋은사람 좋은집', 한화 건설부문 '꿈에그린' 등도 순우리말과 한자를 원용해 도입한 국산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호평 속에 이미지 구축에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브랜드 국산화 작업은 하나의 브랜드를 꾸준히 키워나가는 아파트 뿐만 아니라 일회성 성격이 강한 주상복합아파트에도 적극 도입돼 쌍용건설 '경희궁의 아침', 벽산건설 '광화문시대', 금호산업 '용비어천가' 등의 우리말 이름이 등장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말 브랜드가 외국어 브랜드에 비해 위험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지만 잘만하면 외래어보다 깊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외국어 브랜드가 갖기 쉬운 식상함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