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아파트, 파느냐 마느냐.' 서울 서초구 구반포아파트 단지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부연구위원급 이상이 살고 있는 아파트 19가구가 있다. 42평형 16가구, 32평형 3가구다. 경제개발계획이 한창이던 지난 74년 유능한 박사급 인재를 해외에서 유치하기 위해 KDI가 주택공사로부터 가구당 7백80만원씩을 주고 산 아파트들이다. 27년이 지난 지금 아파트 값은 5억∼6억원대로 뛰었다. 그러나 KDI는 이 아파트를 팔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을 관할하는 총리실 산하 경제사회연구회는 경영혁신 차원에서 비업무용 부동산을 매각, 퇴직금 충당금을 쌓으라고 강력히 권고하고 있기 때문. KDI는 쌓아야 할 퇴직금 충당금 55억2천2백만원중 절반에도 못 미치는 20억3천5백만원만 쌓아놓고 있어서다. 그럼에도 KDI는 이 아파트를 팔지 않겠다며 버티고 있다. 외국에서 유능한 인재들을 데려오기 위해 아파트가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아파트는 KDI 연구원 가운데 무주택자가 최우선으로 입주하게 돼 있으며 한번 입주하면 최장 8년까지 공짜로 살 수 있어 인기가 높다. 하지만 일부 연구원은 이곳에 입주한 뒤 다른 곳에 주택을 구입했음에도 이같은 사실을 숨겨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을 받기도 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