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평균 양서면 대심리주택.이름없는 야산들이 어깨를 맞대고 서있는 한적한 시골에 아담하게 들어섰다. 편안하면서도 어딘가 매력이 숨어있는 집이다. 살다보면 어느새 집안 사람들은 화가가 되고 시인이 될듯한 풍채이다. 창문앞 청송가지 틈새로 겹겹이 늘어선 논두렁을 달려 오리밖까지 파랗게 펼쳐진 강자락을 보려고 여유롭게 누운 몸을 틀지 않아도 된다. 그저 사시사철 조석으로 자연이 만들어내는 풍광을 즐기면 된다. 허공에 구름을 베고 누워 아무생각없이 어울리면 된다. 집안 가득히 넘쳐드는 지천의 풍경은 그대로 그림이 되고 가슴을 파고들어 시가 된다. 이 집은 한눈에 눈길을 잡아끄는 화려함은 없지만 은은하면서도 짜맞춘듯 정교한 조형미를 풍긴다. 주변과의 조화를 생각않고 요란한 치장으로 여기저기 들어선 요즘의 전원주택과는 분위기부터 다르다. 멀쩡한 야산과 논밭을 할퀴고 몇 달만에 찍어내듯 급조된 집과는 태생부터 다르다. 집주인인 화가는 2년전 자기만의 쉼터와 일터를 물색하던중 한그루 소나무와 멀리 아른거리는 한강,병풍처럼 펼쳐진 뒷산 등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이곳에 홀린듯이 빠졌다. 하지만 화가의 손길이 미치기 전에는 초라한 시골 야산자락에 불과했다. 낙점 당시에는 아내마저도 시큰둥했다. 그러나 그는 자연과 항상 어울려 살기엔 이만한 곳이 없다고 생각하고 바로 집짓기 들어갔다. 대심리주택은 지은지 얼마 안된 새 집이지만 마당과 담장 등 집터주변이 매우 거칠다. 경사지거나 울퉁불퉁한 대지도 자연 그대로 두었다. 방문자들이 언뜻보기엔 짓다만 집같아 뭔가 어색하기도 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금새 편안함이 느껴진다. 집의 외벽은 별도의 화사한 마감재를 쓰지않고 노출콘크트와 합판으로 단순하게 처리했다. 되도록이면 자연상태의 느낌을 주기위해서 특별히 선택한 방식이다. 본채 뒷편엔 집주인의 일터인 화실이 있다. 이 작업공간 역시 사각형 몸체에 거친 노출콘크리트로 처리,본체와의 일관성을 유지했다. 대심리 주택은 겉보기엔 2층이지만 실제로는 1층이나 다름없다. 1층에 기둥과 벽체를 세우고 2층에 살림집을 올려놓아 원두막처럼 만들었기 때문이다. 멀리서 보면 커다란 박스형 콘크리트사각형 물체 서너개가 정교하게 맞붙어 있는 모습이다. 각자의 사각형은 거실 식당 부부침실 자녀방 로비 등 사람들의 거주공간이다. 전면을 향해 활짝열린 2층 거실과 식당에서 얻어지는 시골풍광은 일품이다. 집안의 주요공간인 거실과 식당간은 서로 떨어져 로비로 연결돼 있다. 식당 옆에는 아이들 방이 놓여있다. 이들 공간을 정면에서 보면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는 요철모양으로 엮여서 절묘한 조형미를 이룬다. 이같은 외형적 건축미는 집앞에 펼쳐진 자연 풍광을 각자 공간에 최대한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한 결과 덤으로 얻어진 결과다. 도심 고급주택이 주는 흠 잡을데 없는 세련미와 교만함이라곤 찾아볼수 없다. 언제 누가와도 부담없이 맞아주는 소탈함이 넘쳐난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 .............................................................. 건축메모 규모:대지면적-221.28평,건축면적-50.5평,연면적-50.5평.지상 2층. 위치: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대심리 81-4,구조-철근콘크리트조,건축비용-평당 2백20만원 설계:이애오건축 (02)516-8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