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13일 용산기지내의 아파트 건립을 허용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국방부는 이날 당정협의 현안보고 문건을 통해 미군기지내 아파트 건립과 관련,"국내 건축법과 개정 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 범위내에서 검토하고 토지특성과 건축물 높이 등 적법 요건이 충족되면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일정조건 충족이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허용쪽에 무게가 실린 셈이다. 국방부는 지난 7일 미군의 용산기지 아파트 건립계획이 처음 불거진 뒤 미측과긴밀한 협의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갔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으나 이날 그간의 입장보다 훨씬 진전된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는 용산기지 이전이 당장 실현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측의 요구를 계속 외면하기 어렵다는 국방부의 속내를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차영구(車榮九) 국방부 정책보좌관은 "아직까지 용산기지 아파트 건축계획과 관련해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으며, 국민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한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미측의 의지가 워낙 강한 데다 국방부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임을 감안할 때 용산기지내 아파트 건축에 국방부가 앞으로 긍정적인 입장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군은 토머스 슈워츠 주한미군 사령관 부임이후 한국에 주둔한 미군 장병의 주거환경을 독일, 일본 등에 주둔한 장병들의 주거환경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계획을추진해 왔다. 미군 장병들은 한국의 주거환경이 열악하다는 이유로 한국배치를 꺼리고 있으며,이는 곧바로 주한미군의 전투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게 주한미군측의 주장이다. 국방부도 미측의 이같은 주장에 동조하고 있으며, 이런 이유로 미측의 기지내아파트 건축요구를 무조건 묵살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국방부가 당정협의에서 주거시설 개선을 통한 미군의 삶의 질 향상이 연합전투력 향상에 기여한다는 점을 앞으로 적극 홍보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같은 국방부의시각을 읽게 해주고 있다. 이런 맥락으로 볼 때 미측이 장기적으로 캠프험프리(1천600가구) 오산기지(300가구) 대구 기지(833가구) 등에서 추진중인 아파트 건립계획도 성사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용산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이 용산기지내 아파트 건축계획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데다 국방부가 이 문제를 협의해야 하는 서울시도 반대입장을 분명히 해 풀어야할 난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용산기지에 시청사를 이전하는 계획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며"미측의 아파트 건립계획은 시의 도시계획 취지에 부합돼야 한다는 기본입장을 관계부처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국방부가 미측의 입장에 동조하더라도 아파트(5층 이상) 건축이 불가능한자연녹지지역으로 묶여 있는 해당 토지 용도를 내세워 아파트 건립을 막아 보겠다는의도를 내비친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관심의 초점은 조건부 허용 방침을 밝힌 국방부가 향후 서울시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절충점을 찾아나갈 것인 지에 맞춰지고 있다. 국방부는 이와 관련, 내년 1월15일까지 미군기지(공여지)내의 각종 건축행위와관련한 구체적 협의절차를 마련한 뒤 서울시와 본격 협의에 착수할 계획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용산기지내의 아파트 건립이 국내법 요건에 충족되도록 하는데 필요한 토지용도 변경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 협의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방부와 서울시간의 협의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국방부가 취할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결국은 서울시와의 협의결과에 관계없이 아파트가 건립되는 쪽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행 SOFA 규정은 주한미군 기지내 건축의 경우 협의로 국내법 절차를 갈음할 수 있도록 돼 있어 국방부가 미측의 아파트 건축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면 서울시로서는 달리 손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주한미군의 주택문제가 심각한 것은 우리측도 인정하고 있다"며 "향후 서울시와의 협의를 통해 (아파트 건축)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