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수 부동산중개업자에게 감쪽같이 속았습니다" 27억6천3백만원의 국내 최고 분양가로 화제를 모았던 강남구 논현동 '동양파라곤' 90평형 1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동양고속건설은 지난달 29일부터 실시된 10차 동시분양 아파트 계약에서 52∼90평형 2백3가구중 최상층 90평형과 66평형 1층 2가구가 미계약으로 남았다고 7일 밝혔다. '동양파라곤' 90평형은 평당 3천만원에 단 1가구만 내놓은 아파트로 내부를 고객의 취향에 맞춰 국내 최고수준의 마감재로 꾸밀 계획이었다. 계약금만도 5억4천만원인 이 아파트는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쉽게 주인을 만날 듯했다. 자신을 실수요자라고 밝힌 이모씨(51)가 견본주택 문을 열자마자 찾아와 당첨되면 반드시 계약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 하지만 이씨가 당첨되자 상황은 돌변했다. 견본주택 주변 떴다방들 사이에 90평형에 1억원의 웃돈이 붙어 매물로 나왔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고,일부 떴다방은 1억5천만원에 '작업'해줄수 있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씨는 원매자를 찾지 못하고 동양고속건설측에 계약금 전액을 대출해 줄 것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계약을 포기했다. 동양고속건설측이 실수요자와 계약하겠다는 원칙을 철저히 지켰기 때문이다. 프리미엄을 노린 고수 떴다방에게 분양 전문가들이 감쪽같이 속은 꼴이 됐지만 이씨도 1천5백만원짜리 청약 통장을 고스란히 날려버리는 '자충수'를 둔 셈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