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쇄테러 사태로 국내 고층 아파트 및 사무용빌딩의 이른바 '로열층' 개념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뉴욕 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 붕괴사태에서 보듯 비상사태 발생 때 고층부보다는 상대적으로 피신이 용이한 중.저층부가 이른바 로열층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부동산업계는 국내에서도 아파트(주상복합 포함) 및 사무용빌딩의 층수가 높아지면서 외부소음 저감, 조망권 확보 등의 이유로 고층부가 로열층으로 여겨졌으나 이번 사태로 이같은 인식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국내에는 초고층 건물에 대해 관련 법규가 차별화돼 있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초고층 건물이 중.저층 건물에 준하는 피난시설만 설치, 비상사태 발생 때 특히 고층부 입주자의 피난 문제가 심각한 실정이다. 한국감정원 컨설팅팀의 김세기 과장은 "아파트에 비해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사무용빌딩에도 로열층의 개념이 있다"며 "앞으로는 고층부에 대한 선호도가 다소 퇴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건물주의 피난시설 설치.관리, 입주자의 안전의식이 다소 미흡한 게 사실"이라며 "비상사태 발생 때 중.저층부 입주자의 안전도가 고층부보다는 높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강남구 역삼동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이세훈(43)씨도 "미국 연쇄테러 사태이전에도 비상시 피난 등 안전문제로 인해 중.저층부 사무실만 고집하는 입주자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며 "이번 사태로 인해 이같은 추세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중.저층부에 대한 선호도 제고 추세는 또 주상복합 오피스텔 임대사업자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김 과장은 "주상복합 오피스텔의 경우 로열층인 고층부 분양가가 중.저층부에 비해 비싸지만 임대가는 차이가 없다"며 "임대사업자 입장에서는 중.저층부를 확보하는 편이 투자비(분양가)를 절감할 수 있어 고층부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업계는 서울지역 8차 동시분양을 통해 공급돼 다음 주 당첨자 발표 및 계약을 앞두고 있는 동시분양 현대산업개발 삼성동 I-파크의 20층 이상 고층부 프리미엄도 이번 사태 이후 1천만∼2천만원 정도 하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묵기자 econ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