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아파트 분양철을 맞아 선착순으로 분양하는 오피스텔과 주상복합아파트의 모델하우스 앞에서 줄서기 경쟁이 벌어지면서 분양 현장 곳곳에서 갖가지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청약예금 가입자에게만 분양하는 일반분양아파트를 선착순으로 분양하는 아파트로 오인해 줄부터 서고보는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가하면 분양방식조차 확정되지 않은 주상복합아파트의 견본주택 앞에 수백명이 10일째 줄서기를 하던 끝에 절반이상이 허탕을 치는 일도 벌어졌다. 이동중개업소(떴다방)들의 활동이 활발해지자 자체 조직인 '이동중개업협회'까지 등장했다. 떴다방들이 임의로 만든 이 협회는 인기 아파트의 견본주택 앞에서 목좋은 곳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자 추첨으로 자리를 배정하며 스스로 생존질서를 만들어가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 건너편에 마련된 현대산업개발의 '아이파크' 모델하우스. 최근 10여명이 몰려와 줄을 서다 돌아가는 어이 없는 일이 벌어졌다. 39~46층 3개동인 이 아파트는 내달초 동시분양될 일반아파트로 분양받기 위해선 1천5백만원짜리 청약통장이 필요하다. 하지만 당시 찾아온 10여명은 모두 이 아파트가 선착순 분양방식을 택한 고층 주상복합아파트로 잘못 알고 찾아온 떴다방이었다. 줄서기 경쟁이 하도 치열하다보니 부동산시장에선 '전문가'들인 떴다방조차 앞뒤 가리지 않고 엉겁결에 줄을 서버린 것이다. 29일 분양방식과 물량이 확정된 강남구 청담동 '잠실갤러리아팰리스' 견본주택 앞. 10일째 줄을 서온 사람들 사이에 희비가 엇갈렸다. 공동시공사인 삼성물산주택부문과 한화건설이 선착순 분양분을 당초 계획보다 대폭 줄인 1백12가구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자체적으로 번호표를 만들어가며 '모였다 흩어졌다'를 반복해온 2백50여명 중 상당수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들은 분양물량도 확정되기 전에 막연한 기대감에만 의존한 채 막무가내식 줄서기를 해온 사람들이었다. 줄서기 4일째라는 김애숙(43)씨는 "물량도 줄고 층수도 15층 이하로 제한돼 프리미엄을 예상보다 많이 붙이기 어려워졌다"며 "그동안 들여온 공이 물거품돼 안타깝지만 공개청약을 노려볼 것"이라며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이처럼 분양시장이 활기를 되찾으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떴다방들도 강남권으로 대집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같은 강남권이라도 '돈'이 되는 견본주택으로만 떴다방들이 몰리고 있다. 30일 견본주택을 여는 삼성동 아이파크 모델하우스 앞엔 29일 오전에만 20여개의 간이천막이 일제히 들어섰다. 자체 조직인 '이동중개업협회' 소속 회원 1백여명이 지난주말 모여 자리를 추첨한 결과에 따라 좋은 곳을 차지한 업자들이 먼저 천막을 친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강북이나 용인 등지에서 몰려온 중개업자다. 청약통장을 매집해 당첨된 후 수천만원의 웃돈을 붙여 팔거나 당첨된 물량을 중개하며 분양시장을 달궈놓고 있다. 이동중개업자인 이모(32)씨는 "일부 중개업자들은 1백개가 넘는 통장을 이미 확보한 것으로 안다"며 "당첨만 되면 2천만∼3천만원의 웃돈은 기본"이라며 떴다방의 매력을 소개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