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5개 저밀도지구 가운데 치열한 사업승인 순위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청담.도곡지구와 잠실지구의 단지별 재건축 순서를 결정하는 문제를 놓고 서울시와 자치구의 입장이 크게 달라 향후 시기조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서울시는 지역사정을 잘 아는 자치구가 재건축 순위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자치구는 '서울시 시기조정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단지별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됨에 따라 서로 책임떠넘기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따라 경우에 따라선 저밀도지구의 재건축사업이 상당기간 지연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시 주택국장, 강남.송파구 부구청장 및 실무자, 각계 전문가들은 지난달 29일 열린 '아파트지구조정자문위원회'에서 △첫 사업승인단지 선정기준 △나머지 단지의 시기조정 방법 △단지별 체크리스트 평가항목 등에 대해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이날 회의에서 재건축 사업승인권은 구청장에게 있는 만큼 첫 사업승인 단지를 어디로 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자치구의 소관사항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시는 다만 대규모 이주에 따른 전월세난 등 사회.경제적인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치구가 마련한 순위에 문제가 없는지 검토해 시기조정만 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자치구가 단지별 재건축사업 평가표를 작성할때 1,2,3순위가 구체적으로 명시돼야 하는 만큼 단지별 재건축 순서의 결정권은 사실상 자치구에 있다"며 "시는 단순히 자치구가 정한 순위에 따라 시기만 조정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남구와 송파구는 서울시가 재건축 아파트의 사업시기조정 방침을 밝힌 이후 순위경쟁이 가열돼 있는 상황에서 자치구에서 재건축 순위를 결정하라는 것은 책임을 자치구에 미루려는 의도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강남구는 현재 사업승인이 들어와 있는 4개 단지에 대한 순위를 자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시의 시기조정심의위원회에 올릴 방침이다. 강남구 관계자는 "도곡주공 1차, 영동 1,2,3단지의 5천40가구 가운데 어떤 기준으로 2천5백가구를 선별해 사업승인을 내 줄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첫 단지 선정은 물론 나머지 단지의 재건축 순서도 서울시가 정하거나 아니면 착공때로 사업승인 시점을 미뤄줄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잠실 2,3,4단지와 시영 등 4개 단지에 대한 건축심의를 최근 서울시에 올린 송파구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송파구 관계자는 "서울시가 재건축 시기조정에 관한 특별한 지침도 없이 모든 단지의 재건축 순서를 자치구가 결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책임을 자치구에 떠넘기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고시된 저밀도 아파트지구 변경기본계획에 따르면 당초 청담.도곡 2천5백가구, 잠실지구 1개 단지의 사업 승인 이후 나머지 단지의 재건축 순서는 서울시 교통영향평가 이전에 시기조정심의위원회에서 정하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잠실지구의 4개 단지가 동시에 교통영향 평가를 신청하자 이들 지구의 시기조정 시점을 사업승인 전으로 변경했다. 그 이후 단지별로 재건축을 서로 먼저하기 위한 순위경쟁이 가열되기 시작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