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아침 10시,서울지법 본원 1층에 있는 민사부 경매계는 입찰자들로 발디딜 틈이 붐볐다.

기껏해야 2백명이 들어갈수 있는 입찰장으로 5백여명의 입찰참가자들이 몰려왔다.

이때문에 응찰자들은 입찰장 밖의 복도에까지 장사진을 이뤘다.


이날 경매계에선 수요층이 두터운 반포동 미도 34평형과 도곡동 대림 34평형 등 한차례 유찰된 아파트 등 모두 1백4건의 경매가 진행됐다.

이 가운데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역삼하이츠 17평형(사건번호 2000-37396)엔 무려 35명이 몰렸다.

감정가가 1억원인 이 물건은 두차례 유찰돼 최저입찰가가 6천4백만원으로 떨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이날 낙찰가는 8천5백10만원으로 직전 최저입찰가(8천만원)를 웃도는 이변이 일어났다.

이 물건의 입찰에 참여한 김경달(53)씨는 "은행 예금금리가 크게 떨어져 소형 물건을 낙찰받아 임대놓을 계획으로 입찰장을 찾았다"며 "경쟁이 치열해 3백여만원 차이로 떨어지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법원의 부동산 경매시장은 최근들어 과열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입찰수요가 크게 늘어난 반면 경매신청건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어 입찰경쟁이 갈수록 후끈 달아 오르고 있다.

금융기관에서 대출받기가 수월해져 경매에 넘어가는 물량도 줄고 있다.

서울지역 경매물건은 지난해 11월 6천1백5건까지 치솟은 뒤 지난달엔 4천30건으로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입찰경쟁이 치열해지자 최근엔 고가 낙찰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월7일 서울지법 본원에서 경매된 강남구 논현동 차병원 인근의 5층짜리 근린상가(사건번호 2000-42831)는 한차례 유찰된 상태였지만 최초감정가(13억9천만원)보다 높은 16억1천2백50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에 대한 낙찰가율이 무려 1백16%를 기록했다.

지난 2월14일에는 강남구 청담동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인근 4층짜리 근린상가(99-25267)도 2차 경매에서 감정가(14억1천만원)보다 높은 15억3천7백만원에 낙찰됐다.

경매시장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낙찰규모도 커지고 있다.

서울지역의 근린상가 평균 낙찰금액을 보면 지난해 12월엔 2억5천만원(2백1건)이던 것이 지난 2월엔 4억2천만원(2백9건)으로 2개월 사이에 68%나 높아졌다.

예전엔 아파트만 찾던 응찰자들이 요즘은 역세권 등 ''목좋은'' 곳이라면 단독주택은 물론 연립의 반지하까지 가리지 않고 뛰어들고 있다.

경매컨설팅업계 관계자는 "근린상가와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집중되고 있으며 높은 임대수익이 기대되는 근린상가는 우량물건이 부족해 괜찮은 물건이다 싶으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입찰에 참여할 경우엔 무엇보다 예상되는 투자수익성을 철저히 따진 뒤 적정 입찰가를 써넣는 일이 중요하다"며 경매시장이 과열조짐을 보이는데 대해 경계론을 폈다.

입찰장의 분위기에 편승하지 않으려면 입찰전에 미리 ''수익성 마지노선''을 설정해둬야 한다고 충고했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