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는 판에 콩 한 조각이 어디야''

대형 건설업체들이 ''하이에나''처럼 행동하고 있다.

과거 같으면 쳐다보지도 않았던 소형 공사인데도 눈에 쌍심지를 켠채 ''사냥''에 나서고 있어서다.

물론 불황으로 공사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건설 경기가 한창 좋았던 시절에는 4백억∼5백억원 이하의 공사는 중소건설업체 몫으로 밀어주는 게 관례였다.

그러나 요즘은 대형 건설사라도 입찰공고가 나오기 무섭게 낙찰 받기 위해 서류를 밀어넣기에 바쁘다.

공사 규모는 ''뒷전''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최근 한국고속철도공사가 발주한 옥천∼김천구간의 전기케이블 설치공사.

입찰규모 80억원의 이 공사에 내로라하는 건설사가 도전장을 냈다.

입찰에 참여한 대형 업체는 대림산업 동부건설 삼환기업 쌍용건설 SK건설 LG건설 한라건설 한진중공업 현대건설 롯데건설 등 10개사.

이에 반해 중소업체는 금송전기 신원전설 LG기공 우리종합건설 등 4개에 불과하다.

대형사가 중소업체의 2배가 넘는다.

더구나 ''속''을 들여다보면 입찰 업체수는 28개사에 달한다.

업체마다 다른 1개사와 컨소시엄 형태로 입찰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80억원 공사에 이처럼 많은 업체가 달려든 사례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공단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15일 입찰서류를 받았는데 대형 업체들이 중소업체보다 더 많아 깜짝 놀랐다"며 "체면도 아랑곳하지 않고 작은 공사라도 따내려는 모습이 안타깝게 보였다"며 혀끝을 찼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