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일대 부동산중개업소의 반 이상이 빚더미에 올라앉아있습니다. 아예 사무실 문을 걸어잠그고 부업을 찾아나서는 경우도 있어요"

경기도 용인 구성지구에서 분양권을 취급하는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수도권 아파트 시장이 급격하게 침체되면서 부동산중개업소들도 빈사상태에 빠졌다.

용인에서도 최고의 인기지역으로 꼽히는 구갈2지구 수지2지구 구성지구 일대 중개업소들조차 한달에 한,두건도 거래를 성사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늘어가던 중개업소 숫자도 최근들어 주춤거리고 있다.

용인시 관내 중개업소는 올초 9백21곳까지 늘었으나 지금은 실제로 영업을 하고 있는 곳이 8백곳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거래가 끊긴 데 대해 가장 먼저 건설회사에 책임이 있다고 불만을 나타낸다.

"분양한 아파트에 프리미엄이 붙으면 다음 물량엔 프리미엄만큼 분양가를 올려버립니다. 수요자입장에선 로열층에 당첨돼야 본전인 셈이니 등을 돌릴 수 밖에 없지요"

정부의 일관성없는 정책도 비판 대상이다.

주택관련 정책이 워낙 심하게 바뀌다 보니 시장상황을 예측하기 힘들어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개업소가 고전하는 것은 자업자득이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아파트가 분양되는 지역에는 길목마다 중개업소가 수십곳이 들어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관심이 높은 단지 주변에는 다른 지역에서 온 "떴다방"까지 포진해 "아파트 가구수보다 중개업소가 더 많다"는 웃음섞인 말까지 흘러나왔다.

일부 떴다방은 분양직후 고가의 프리미엄을 조장해 팔아버리는 "치고 빠지기"식의 빗나간 영업행태를 보여주기도 했다.

요즘 중개업소들이 겪는 어려움은 그동안 분양권이 "실물"이 아닌 "투기대상"으로 심하게 왜곡돼있었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준농림지 폐지 방침발표 이후 용인 등 수도권 일부지역 분양권 시장이 조금씩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문의도 전보다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건설업체,중개업소,그리고 수요자들의 아파트에 대한 시각이 얼마나 바뀔지는 알 수 없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