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지속적인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던 법원경매시장이 최근들어 조금씩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응찰자가 없어 빈자리가 많았던 경매법정이 이달
들어서는 입찰자들이 몰려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50~60명을 수용하는 법정좌석이 모자라 복도까지 붐비는 경우도 많다.

입찰에 참가하는 사람도 과거엔 경매컨설팅업체 직원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엔 명예퇴직자 가정주부등 실수요자 중심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7일 서울지방법원 본원 경매5계에서 입찰에 부쳐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청구아파트(35평형, 사건번호 98-5464)의 경우 입찰에 응한
경쟁자가 모두 19명이나 됐다.

최초감정가는 2억9천만원이지만 3회 유찰로 최저경매가가 1억4천만원으로
떨어졌던 이 물건의 최종 낙찰가는 1억8천3백만원으로 최저경매가보다
4천3백만원 높았다.

23일 서울지법 본원 경매3계에서 매각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35평형, 사건번호 98-11391)와 강남구 청담동 진흥빌라(57평형, 사건번호
97-22271)에도 각각 실수요자 10명이 입찰에 참가,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응찰자가 몰리면서 불과 몇만원 차이로 낙찰자가 결정되는 사례도
빈번해지고 있다.

최근 서울지법 경매5계에선 서울 관악구 봉천동 빌라(17평형)가 불과
2만원 차이로 경락자가 결정됐다.

최초감정가 5천만원에 최저경매가 2천48만원의 이 물건(사건번호 97-55943)
의 낙찰금액은 2천2백50만원이었으며 차순위 입찰자는 2천2백48만원을 써
냈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2층짜리 단독주택(사건번호 98-7873)도 이와
비슷하다.

최초감정가 4억4천만원에 최저경매가 2억8천1백만원인 이 물건은
3억2천1백10만원을 써낸 사람에게 낙찰됐다.

차순위 입찰금액은 이보다 10만원 모자란 3억2천1백만원이었다.

베스트컨설팅 윤재호 실장은 "부동산 가격이 바닥에 이르렀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특히 신도시아파트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빠르게 소화되고 있어
저렴한 가격에 필요한 부동산을 장만하려는 실수요자들이 경매시장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 김재창 기자 char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