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특단적인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부동산신탁사도 부도가 날지
모릅니다"(김병환 한국부동산신탁사장)

IMF 사태이후 정상적인 금융기능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한국부동산신탁
대한부동산신탁 등 일부 부동산신탁사가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위기에 몰려
있다.

이처럼 사정이 어렵게 된 것은 토지신탁사업 수행을 위해 종금사 등
금융기관에서 끌어다 쓴 차입금이 큰 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5개 부동산신탁회사들의 총 사업규모가 10조원에 달하며 이중 아파트
만해도 10만가구를 넘어서고 있다.

따라서 부동산신탁사들이 무너질 경우 건설시장은 물론 국내 경제전반에
커다란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신탁회사들은 IMF 이전까지만 해도 연 13~14%의 싼 금리에 자금을
운용한데다 토지(개발)신탁으로 벌어들인 수익금으로 상환에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IMF 한파로 유일한 자금조달수단인 분양.임대대금의 납부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심각한 자금경색현상을 보였다.

여기에 실제 자금조달금리가 연 30~40%로 뛰어오르면서 신탁사업수행을
위한 신규자금조달은 물론 이미 빌린 돈에 대한 이자상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감정원이 전액출자한 한국부동산신탁의 경우 차입금 총액은 4월말
현재 7천여억원.

이중 절반에 가까운 3천2백20억원이 종금사 등으로부터 빌린 것이다.

종금사들의 부실로 자금흐름이 막히면서 신탁사업은 커녕 하루평균 15~
20건씩 돌아오는 어음을 연장하기에도 급급한 실정이다.

"솔직히 요즘 같아선 한달 아니 1~2주라도 제대로 넘길 수 있을지 겁이
납니다.

그날 그날 돌아오는 어음막는 일로 정상적인 신탁사업수행은 꿈도 못꾸고
있는 형편입니다" (장현학 한부신노조위원장)

한부신이 시행사로 돼 있는 일산 탄현의 경성큰마을 공사가 중단된 것도
이 때문이다.

4차중도금까지 납부한 이 지역 입주예정자들은 한부신에 대해 중도금보상과
함께 공사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한부신이 전국적으로 벌이고 있는 토지신탁사업의 총 사업비 규모는
3조7천억원.

총 개발면적만도 1백20만평에 달하며 주택건립가구수는 2만7백여가구에
이른다.

관련업체만 1천2백50개사나 된다.

성업공사가 전액출자한 대한부동산신탁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차입금총액이 6천억원가량인 대부신은 현재 전국적으로 2만여 가구에 대한
개발신탁사업을 추진중이다.

그러나 정상적으로 공사가 진행중인 곳은 거의 없다.

공사를 착수하기로 한 지역 역시 대부분 사업계획자체를 중지시켰다.

대부신은 현재 성업공사의 지급보증으로 그때 그때 돌아오는 어음을 연장
하고 있는 형편이다.

후발업체인 한국토지신탁 주은부동산신탁 주택공제조합부동산신탁 등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하지만 이들은 IMF 한파이후 대규모 신탁사업을 벌이지 않아 한부신이나
대부신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경영상태가 나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동산신탁사의 부도는 관련업체의 연쇄부도와 금융기관의 부실화뿐만
아니라 10만가구이상 입주예정자들의 "내집마련의 꿈"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릴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이 때문에 신탁사들는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정부의 특단적인
지원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김재창 기자 char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