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주택공급구조는 심하게 뒤틀려있다.

단독주택의 경우엔 그래도 좀 낫지만 아파트같은 공동주택을 분양받으려면
복잡한 공급체계로 인해 미로찾기 하듯 청약에 나서야 한다.

청약통장에 미리 가입하지 않으면 분양자격이 주어지지 않고, 가입했다
해도 가입시기별로 자격이 다르다.

그나마 청약통장을 이용해 한번 분양을 받은 수요자는 일정기간이
지날때까지는 청약자격 자체를 박탈당한다.

또 채권입찰제까지 시행되고 있어 공급체계는 더 복잡해 진다.

이같은 체계에 익숙해져 있으니까 느낄수 없을 뿐이지, 적어도 신규
주택공급시장에선 자유시장원리가 철저하게 무시되고 있다.

이처럼 왜곡된 공급구조가 생겨나게된 배경에는 부동산투기방지라는
명분이 놓여있다.

주택을 통한 투기를 막기 위해 수십차례에 걸쳐 공급제도를 손질한 결과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란 "괴물"이 탄생했고, 그 규칙에 따라
주택공급이 이루어지는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나 요즘 이같은 공급체계 전반을 "정상화"하는 방안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있다.

논란의 핵심은 수도권지역 분양가 자율화이다.

건설업계에선 자율화를 당장 실시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재정경제원은
예나 지금이나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재경원의 반대강도가 높아 한때 자율화쪽으로
기울던 흐름이 다시 자율화 유보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는 것 같다.

양측의 주장은 나름대로의 논리를 갖고 있다.

찬성하는 쪽에선 분양가 자율화를 통해 가라앉고 있는 국내 경기를
조금이나마 떠받쳐야 한다는 의견을 내세운다.

초긴축 경제운용으로 사회간접자본시설 투자가 대폭 감소하는 상황에서
침체된 주택경기를 방치할 경우, 건설업체의 연쇄도산이 불가피하고 이같은
연쇄도산은 가뜩이나 취약한 경제전반에 엄청난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또 투기차단장치가 워낙 견고한데다 IMF체제아래선 부동산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될수 밖에 없어 지금 분양가를 풀더라도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의견도 자율화주장의 논리적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물론 자율화를 반대하는데에도 뚜렸한 명분이 있다.

반대론자들은 분양가 전면자율화가 집값급등을 촉발하지 않는다고
아무도 "장담"할수 없다고 주장한다.

지방에선 자율화가 "탈없이" 실시되고 있긴 하지만 주택보급률이 70%
수준에 불과한 수도권에서 분양가를 풀면 집값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자칫하면 부동산투기재연이라는 걷잡을수 없는 사태로 이어질지 모르는
위험이 도사리고있는 터에 누가 "총대"를 메려하겠느냐고 이들은 반문한다.

청약통장소유자등 현 분양체제아래서 기득권을 갖고 있는 수요자들을
불만없이 처리해야 하는 것도 자율화에 앞서 해결해야할 과제로 꼽힌다.

그렇다해도 분양가규제에서 비롯되는 왜곡된 주택공급구조는 언젠가는
손질해야할 대상인것만은 틀림없다.

문제는 시기결정이라고 할수 있다.

결과에 대해 장담을 할수는 없지만 분양가전면자율화를 단행할수있는
시기로 지금이 적기라는 주장은 나름대로 설득력을 갖고 있다.

< 이정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