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 (IMF) 여파로 건설업체들의 금융기관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이주중이거나 이주비지급이 임박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이는 금융기관 신규대출이 줄고 기존 대출금리도 인상돼 수백억원에
달하는 이주비를 금융기관에서 조달, 지급해야하는 시공사들이 조합에
일정기간 지급을 중단하거나 연기해줄것을 요청하고 나선데따른 것이다.

이같은 사업지연은 올말이나 내년초에 사업승인을 마치고 본격적인
이주에 들어갈 재개발재건축지역으로 급속히 확산될 전망이다.

지하철 5,6호선 환승역세권에 자리잡고 있는 서울 마포구 염리1재개발
구역은 최근 한차례 이주비지급이 지연되면서 조합원사이에 사업지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초 계획됐던 날짜보다 이주비지급이 이틀 늦어져 전세계약위약금을
물었던 조합원들이 항의한데 이어 아직 이주비를 지급받지 못한 80% 정도의
조합원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합측은 하루에서 수십차례 걸려오는 문의전화에 전세잔금일자를
여유있게 잡으라는 당부로 조합원들을 설득하고 있으나 이주비지연우려를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 구역은 이주비지급대상 조합원 2백93명가운데 30,40명의 조합원만이
6천5백만원의 무이자이주비를 받아 이주한 상태다.

조합측은 당초 이주및 철거를 내년 상반기에마무리짓고 하반기에 전체
7백40가구중 2백90여가구를 일반분양할 예정이었다.

대규모 주상복합단지로 재개발될 서울 중구 황학재개발구역 조합도
당분간 이주비지급이 중단될 위기에 처해 대책마련에 부심하고있다.

이는 시공사가 시중금리가 인상되고 금융기관이 신규대출을 꺼리고 있어
금리가 안정되고 대출이 수월해질때까지 이주비지급 연기에 협조해달라는
공문을 보냈기 때문이다.

시공사측은 70~80% 이주비지급이 끝난 가구에 대해서는 계획대로 이주를
추진하고 나머지는 당분간 이주비지급 연기를 위해 조합측과 협의를 벌여
나갈 계획이다.

청계천을 가로지르는 삼일고가변에 있는 삼일아파트와 인근 단독주택을
묶어 재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이곳은 현재 단독주택 조합원 70% 정도가
이주비를 받아 떠난 상태다.

이에따라 자체적으로 이주계획을 세웠던 나머지 조합원들로부터
문의전화가 쏟아지는 있어 조합측은 대책마련을 위해 회의를 거듭하고
있으나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이와함께 서울및 수도권 일부 재건축지역의 경우에도 이주비지급규모와
지급시기를 본계약때 전면 재조정하고 나설 것으로 보여 조합과 시공사간의
마찰이 우려되고 있다.

< 김동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