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 (IMF)의 긴급자금지원으로 경제구조의 일대 변혁이
예상되면서 앞으로 부동산값이 어떻게 움직일지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상 초유의 경제위기를 맞아 앞으로 이뤄질 경제전반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이로 인한 실업인구증가 물가상승
소득감소 등이 부동산시장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경제연구소나 부동산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앞으로의 긴축경제 구조조정
저성장여파가 부동산시장 전반의 위축을 가져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정긴축 및 민간투자감소, 기업부도증가, 실업인구 급증, 가계소득
감소, 통화증발효과로 인한 물가상승 등이 불가피해지면서 결국 부동산
수요도 크게 위축돼 시장전반에 한파를 몰고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대경제사회연구원은 25일 IMF의 긴급자금지원이후 우리나라
경제정책기조는 크게 <>경상수지개선 및 외환보유고 확충 <>금융개혁 및
부실채권정리 <>기업경영 및 정부기능의 효율성 제고 등 3가지 방향으로의
대폭적인 변화를 강요받게 되면서 이같은 복합적인 파급효과들이
가시화되고 부동산투자심리도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KDI (한국개발연구원)도 경제전반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부동산 등 자산가격버블이 붕괴하면서 부동산 가격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특히 기업보유 부동산의 매물이 급증하면서 땅값은 폭락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기아 진로 대농 해태 쌍방울 한신공영등 6개 부실기업그룹이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내놓은 땅은 모두 1백87건, 6조8천89억원 규모다.

그러나 매각실적은 29건, 4천7백58억원에 불과, 건수대비 15.5%,
가격대비 7%에 불과한 실정이다.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법인세 양도세중과 등 행정규제에다 경기침체로
인한 투자마인드위축으로 토지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쌍용 두산 나산 신호그룹 등 재무구조가 악화된 대기업들도 잇따라
구조조정을 위해 부동산을 내놓고 있다.

이같은 매물증가가 부동산가격 폭락의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조짐은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용인 김포 파주 광주 양평 양주 강화등 수도권 준농림지의 경우
그동안의 땅값오름세가 꺾이고 본격적인 내림세로 돌아섰다.

가장 높은 수준이었던 6월에 비해 대부분의 지역 땅값이 20~30% 가량
떨어졌다.

최근 매물도 크게 늘고 있으나 찾는 발길이 거의 끊겼다.

성업공사와 경매시장에는 매각의뢰되는 물건이 폭증하면서 낙찰가율은
하향세를 지속하고 있다.

공매부동산의 경우 지난 7월이후 매월 1백여건이상 늘고 있으나 매기가
없어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10월말까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지역의 경매물건은 모두
6만4천7백83건으로 벌써 지난해 수준에 육박했으나 상가와 토지의 경우
낙찰가율은 최저수준인 60%대로 곤두박질 쳤다.

그동안 90%선을 유지하던 아파트 낙찰가율도 지난 9월과 10월엔 연거푸
80%대로 주저앉았다.

한번 오르면 여간해서 내려갈줄 모르는 아파트시장에도 찬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분당 신도시내 4백여개 중개업소에는 싸게 내놓은 급매물을 포함,
업소당 10건이상 물건이 쌓여있으나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따라 집값도 많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말까지 2억4천만원에 거래됐던 분당 서현동 삼성아파트 33평형은
최근 2억2천만~2억3천만원에도 팔리지 않고 있다.

이같은 집값하락현상은 서울 수도권 및 지방도시 등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내년 봄이사철의 주택값 상승전망을 유보시키고 있다.

홍성웅 건설산업연구원장은 "환율폭등으로 인한 물가상승, 임금동결
에 따른 국민들의 실질소득감소 등이 필연적으로 부동산 수요를 떨어뜨리게
된다"며 "아직도 거품이 많은 일부 부동산의 가격이 현실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IMF 자금지원은 통화환수효과가 크기 때문에 부동산가격 상승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일정 수요가 있는 주택시장등 일부 부동산은
물가불안심리에 의해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도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주택 분양가 규제의 철폐를 비롯 대통령 선거에 따른 각종
지역개발 공약과 자금지원으로 인한 통화증발, 물가상승 등이 부동산에
대한 기대심리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부동산컨설팅 정광영사장은 "수도권 신규 분양 아파트와 일부
오피스텔분양 등에는 여전히 가수요가 몰리고 있다"면서 "주식시장 등
금융시장의 진입을 주저하는 돈이 부동산쪽으로 흐를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기가 내년에도 회복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 부동산값이
오름세를 타더라도 그 상승폭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특히 주택시장 경우 기본적인 수요가 떠받치는데다, 서울 수도권지역에
대한 주택 분양가 자율화 조치가 시행되는 경우 경기침체와 재정긴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다른 종목에 비해 덜 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 방형국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