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도에는 유명한 반시라는 감이 있는데 희한하게 그 지역만 벗어나면
씨가 생기고 맛이 달라진다고 한다.

또 영광 굴비는 단순히 영광 앞바다에서 잡히는 조기가 아니라 영광이라는
지역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건조된 것이어야 제맛이 난다고 한다.

한방에서 구기자는 청양에서 생산된 것이라야 하고 약쑥은 강화, 소금은
서해안 천일염을 으뜸으로 치는 등 한약재가 생산된 땅을 중시하고 있다.

한의학에서 자신이 태어난 곳의 사방 백리안에 자신의 병을 치유할 약초가
있다고 하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이외에도 강화 인삼, 천안 호도, 서산 어리굴젓, 거창 보리, 나주 배,
양양 송이버섯, 영월 황기, 구례 작설차 등이 유명하다.

풍수에서도 지역적인 환경이 특산품인 토종을 만든다고 본다.

그래서 잘 낫지 않은 병에 걸렸을 때는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요양하면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한 요법의 하나가 된다.

과학적으로는 자신이 태어나 자란 지역에서 나는 곡식으로 지은 밥과 물
바람에 오래 전부터 몸이 적응해 왔기에 신체적 안정이 쉽게 되어 치병율이
훨씬 높아진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의 순리처럼 사람은 땅에 적응하며 그 땅에서 난 것을 먹고 살고,
땅은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생산한다.

또 그 땅에서 자란 사람을 토박이, 원주민이라고 부르며 그 땅에서 생산된
것을 토종이라고 한다.

그래서 토박이는 토종을 먹고 사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이러한 토박이적 성격은 현대의 부동산 입지선정에서도 적용된다.

각지역의 토종을 보면 입지적 특성을 쉽게 알 수 있다.

쌀이 잘되는 이천이나 김포지역 평야지대에는 일조량이 충분하며 구수하고
담백한 맛을 내는 황태를 생산하는 진부령이나 대관령지역의 덕장이 있는
곳은 산이 높고 바람이 강하며 일조량이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토종의 성향을 분석하면 주거지역이나 공업지역, 농어업지역
등을 선정할 때 상당한 참조가 된다.

곡식이나 과일 채소 등을 재배하는 농업이나 육우 양돈같이 가축을 키우는
축산업에 필요한 토지를 구할 때에도 각기 특성에 맞는 지역을 선택하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한다.

같은 품목이라도 대관령 고랭지 채소나 언양 갈비, 제주도 토종돼지는
타지역에서 생산된 것 보다 가격 및 품질에서 경쟁력이 있다.

풍수를 "바람과 물"이라는 말로 바꿔놓고 보면 풍토, 토종, 지역 특성같은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따라서 대규모 택지개발지구나 공단 등 지역부동산을 개발할 때 그 지역의
토속적인 특성과 자연여건을 참고 하는 것이 현명하다.

정광영 < 한국부동산컨설팅 대표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