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풍치지구 관리계획을 발표한 서울시는 홀가분한 분위기다.

2년여동안 끌어온 민원관련 정책을 이날로 털어버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날 발표내용을 찬찬히 뜯어보면 곳곳이 허점투성이다.

관리계획의 골자는 7만평을 풍치지구에서 해제하거나 완화한다는 내용.

"녹지보전에 중점을 두고 이번 계획을 수립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녹지보전이란 원칙은 교묘한 숫자놀음속에 오히려 훼손되고 있는
것 같다.

시가 존치지구로 밝힌 4백31만평중 오류 시흥지구 70만여평은 이미 5층짜리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지난 3월 허용된 곳이다.

반면 이번 완화지역은 4층이하 건폐율 40%의 건물 신축이 허용된다.

아파트를 지을수 있는 70만평은 슬그머니 빠뜨리고 단지 7만평만 해제
되거나 완화된다고 발표한 것이다.

7만평이란 수치의 출처도 불명확하다.

시는 기준만 세웠다고 말한다.

구체적인 지역은 자치구들이 주민요구를 검토해 해제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7만평이란 수치는 어떻게 나온 것일까.

자치구와 먼저 내정을 했는지, 시가 선견지명이 있어 수치를 미리 아는
것인지 종잡을 수 없다.

물론 한 시 관계자는 "부동산투기 우려때문에 구체적인 지역을 밝힐 수
없다"고 변명했다.

7만평이 어디인지는 자신들은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부동산투기를 이같은 수치발표만으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우스울 따름이다.

이번 관리계획도 1년이상 시의회의원과 관계공무원이 현장답사해 만들었다.

알 사람은 다 안다는 얘기다.

부동산투기가 우려되면 다른 행정조치를 취해 방지책을 세워야지 새
나갈대로 새나간 정보를 독점하겠다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발상이다.

앞으로 자치구들에는 봇물처럼 풍치지구 해제민원이 밀려들 것이다.

7만평은 10만평이 될 수도 있고 20만평이 될 수도 있다.

서울시는 의도적인 숫자축소나 어리석은 정보독점은 시정에 대한 불신감만
쌓이게 할 뿐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김준현 < 사회1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