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대우 건설부문은 주택시장여건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올해초 주택사업
본부내 25개팀을 10개팀으로 줄였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주력부대" 역할을 해온 재개발 재건축 분양 상가
분양지원팀 등이 주택사업 1,2팀으로 축소개편됐다.

이같은 조직통폐합으로 남게된 약 10%의 본사 주택사업본부내 인력은
지사현장이나 신규사업에 투입됐다.

갈수록 어려워지고있는 건설시장여건을 헤쳐나가기위한 군살빼기차원의
조직슬림화하고 대우건설은 설명하고있다.

주택건설 전문업체의 군살빼기는 좀더 절실해보인다.

비교적 성공적인 자구노력을 통해 형편이 나아진 한신공영은 지난해말과
올해초 전체 임직원의 5%에 이르는 약 1백명의 중간간부층을 "명예퇴직"
시켰다.

그밖에 대다수 주택건설업체도 감원을 진행중이거나 신규사원채용을 아예
중단한 상태다.

삼성건설과 두산건설은 아예 계열사간 합병을 통해 조직을 슬림화했다.

두산건설은 올초 두산개발과의 합병에 앞서 중복업무를 모두 합쳤다.

그 결과 4본부 13부 13팀 4소의 조직이 4본부 23팀 2소로 줄면서 5%
가까운 인력이 감소했다.

삼성건설도 올초 삼성물산과 통합되면서 70여개의 팀이 50개로 대폭
축소됐다.

모두 비효율적인 군더더기를 제거해 몸집을 가볍게 함으로써 조직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건설업계의 이같은 슬림화는 과거 "말뚝박고 집 팔아먹던" 호시절에
비대해진 거품을 없애지않고는 무한경쟁으로 치닫고있는 건설시장에서
더이상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조직의 군살빼기를 통한 슬림화는 여전히 경영합리화 원가절감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중의 하나다.

특히 건설업계의 오랜 관행이었던 연고권이 이제 무시되고 갈수록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 되고있는
것이다.

부동산침체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있는 것도 인원감축의 한 요인이다.

그렇더라도 최근 건설업계의 군살빼기는 과거처럼 단순한 감원방식으로만
이뤄지지않고있다.

사업구조 고도화와 연계, "불필요한 가지는 잘라내되 필요한 부분은
보강하는" 비교적 세련된 슬림화형태를 보이고있다.

이는 시장환경변화에 따른 새로운 생존전략이다.

주력분야가 과거 단순시공에서 원자력발전소 정유시설등 플랜트, 교량
댐 터널 등 고난도 기간시설공사, 엔지니어링 등으로 옮겨가면서 인력
교체및 재조정이 불가해진 것이다.

삼성건설의 원전팀은 89년말에 발족한 이후 한건의 원전공사도 수주하지
못하고 5년이상 "공밥"을 먹고있다.

그러나 삼성건설은 이 부문 인력을 지속적으로 보강, 200여명의 거대조직
으로 키우고있다.

미래의 고부가가치 첨단기술시장을 겨냥하고있는 핵심조직인 것이다.

최근의 슬림화에는 두드러지는 흐름이 있다.

기존의 몇개의 소팀을 하나로 묶는 "대팀제"가 그것이다.

한 사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담당하는 대팀제는 팀장을 대부분 이사급으로
높여 소팀장이었던 차.과장을 현업에 복귀시키는 한편 팀단위의 책임경영을
유도할 수 있는게 특징이다.

대우건설 삼성건설 두산건설 선경건설 등 상당수의 대형업체들이 기존
2-5개 정도의 소팀을 통합, 부장 이사 상무 등에게 팀을 맡기고있다.

이는 소팀제가 결제단계를 줄여 조직의 상하업무처리속도를 증가시키고
전문성을 높여주는 반면 업무의 일관설및 수평조직간 업무협의속도를
떨어뜨린다는 평가에 따른 것이다.

건설관련 계열사를 합치거나 업무를 통합해 관련조직의 시너지효과를
얻는것도 슬림화의 한 경향이다.

중복되는 업무와 조직을 합침으로써 불필요한 인력낭비를 막을 수 있고
업무능력을 높일수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코오롱건설과 코오롱엔지니어링은 관리기능의 일부를 통합,
지난해부터 서울 청담동에서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있다.

한보그룹도 유원건설 승보엔지니어링 한보 등 건설관련조직을 통합했다.

올초 삼성건설을 합병한 삼성물산은 삼성중공업 건설부문을 올해안에,
삼성엔지니어링을 내년 상반기안에 각각 추가로 합칠 예정이다.

건설업계의 군살빼기는 사업 고부가화, 건설면허개방에 따라 경쟁심화,
내년국내건설시장 완전개방 등으로 경쟁력확보차원에서 보다 차원높은
방식으로 계속될게 분명하다.

최근 건설업체들의 잇단 부도가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는 구먹구구식
조직경영의 결과를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 김철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