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출근길 문답서 이미 재신임 뜻…별도 입장 주목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박진 외교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해임 건의를 수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해임 건의로 인한 정쟁의 피해는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이 같은 방침을 전했다.

다만, 현재 대통령실의 공식 입장은 "입장 없음"이라고 이 관계자는 강조했다.

박 장관의 중대한 과실이나 비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힘의 논리로 해임건의안을 밀어붙였다는 인식 속에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이미 거대 야당이 일방적으로 주도한 해임 건의에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나타내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박 장관은 탁월한 능력을 갖춘 분이고, 지금 건강이 걱정될 정도로 국익을 위해 전 세계로 동분서주하는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것이 옳은지 그른지는 국민께서 자명하게 아시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이 이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거취와 관련, 기자들에게 "임명권자의 뜻에 따르겠다"고 밝히기에 앞서 그에 대한 변함 없는 신임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됐다.

외교부는 박 장관의 30일 이후 일정도 미리 공개했다.

박 장관은 해임건의안 의결 후 배포한 입장문에서 "흔들림 없이 맡은 바 소임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도 오후 브리핑에서 "해임 건의까지 갈 사안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지금 상황이 상당히 엄중하다"며 "총칼 없는 외교 전쟁의 선두에 있는 장수의 목을 친다는 것은 시기적으로나 여러 측면에서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해임 건의가 부당한 정치공세라고 보고, 애초 수용 여부를 고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헌법으로 보장된 국회의 국무위원 해임 건의는 대통령에게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

법률상 거부권 행사의 절차가 규정돼 있지도 않다.

지난 2016년 9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해임건의안 의결 직후 청와대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 "유감스럽다"며 거부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이 별도 입장을 낼지도 주목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어떤 방식으로 거부권을 행사할지 미정"이라며 "아무 언급도 안 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 박진 해임건의에 "입장 없음"…사실상 거부 방침(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