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질문 12개에 '스탠딩 답변'…"분골쇄신" 자세 낮추기도
이준석 질문에는 즉답 피하며 '상황관리', "언론 쓴소리도 잘 경청"
'취임 100일' 尹대통령 첫 54분 회견…20분 국정성과 부각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취임 100일을 맞아 첫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자주색 넥타이를 맨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 연단에 섰다.

파란색 백드롭엔 '취임 100일 대통령에게 듣는다' 문구가 새겨졌다.

기자회견은 총 54분간 서서 진행됐다.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14분 더 길어졌다.

통상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사용됐던 프롬프터는 등장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 앞서 모두발언에 54분 중 약 20분을 할애했다.

향후 국정 방향 및 지난 100일의 성과를 부각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소득주도성장·탈원전 폐기부터 규제 혁신·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 등 경제 대책, 취임 초 한미정상회담·폴란드 방산 수출 등을 주요 성과로 제시했다.

또 "그동안 국민 여러분의 응원도 있고, 따끔한 질책도 있었다", "저부터 앞으로 더욱 분골쇄신하겠다"며 자세를 낮추기도 했다.

'취임 100일' 尹대통령 첫 54분 회견…20분 국정성과 부각
모두발언에 이어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이 이뤄졌다.

주제에 제한은 없었다.

총 120석이 마련된 기자석은 내·외신 기자들로 가득 찼다.

윤 대통령은 34분간 12개의 질문을 받았다.

강인선 대변인이 기자들을 지목하는 방식이었다.

사전에 질문자를 지정하지 않아 곳곳에서 기자들 손이 올라갔다.

첫 질문은 최근 들어 내림세인 지지율이었다.

"지지율이 계속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대통령에게 표를 준 사람들의 절반 가까이가 석 달 만에 떠나간 이유를 어떻게 분석하는지 원인 세 가지만 꼽아달라"는 내용이었다.

윤 대통령은 "세 가지를 말씀드리긴 어려울 것 같고요"라고 운을 뗀 뒤 "지지율 자체보다도 여론조사에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게 받드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이 답변 내용이나 태도 때문에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계속할 생각인가'라는 질문에는 웃으며 "결론부터 말하면 계속하겠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답변 내내 일정한 톤과 표정을 유지했다.

과거 도어스테핑에서 종종 민감한 질문이 나왔을 때 목소리를 높이거나 흥분하는 듯한 모습은 없었다.

'다소 껄끄러운 질문일 수도 있다'며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윤 대통령을 연일 지적하는 데 대한 입장을 물을 때에는 즉답을 피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민생 안정과 국민 안전에 매진하다 보니 다른 정치인들이 어떠한 정치적 발언을 했는지 제대로 챙길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와의 갈등 문제가 기자들의 주요 예상 질문으로 꼽혔던 만큼 미리 답변을 준비해둔 듯한 모습이었다.

'취임 100일' 尹대통령 첫 54분 회견…20분 국정성과 부각
강 대변인이 말미에 기자회견을 끝내려고 하자 윤 대통령이 "아 잠깐만 아까 그 뭐야"라며 산업현장에서의 노조 투쟁과 관련한 질문에 추가 답변을 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언론을 향해 "민심을 가장 정확하게 읽는 언론 가까이에서 제언도 쓴소리도 잘 경청하겠다.

이번에 열린 기자간담회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는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한 뒤 퇴장했다.

기자회견에는 김대기 비서실장 및 최상목 경제·이진복 정무·안상훈 사회·최영범 홍보·강승규 시민사회 수석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및 김태효 안보실 1차장 등 대통령실 참모 8명이 배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