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럼 대담서 밝혀…"한반도에 핵무기 있어야만 억지 담보되진 않아"
중국 향해 "다른 국가와 함께해야"…"푸틴체제 러시아는 악몽에 쌓여있어"
매티스 전 美국방 "외교해법 필요하나 지금은 억지력이 최우선"
제임스 매티스 전 미국 국방부 장관은 북한 문제 해결은 궁극적으로 외교적 해법이 필요하지만, 지금으로선 억지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핵무기를 꼭 한반도에 배치하는 식의 억지는 필요하지 않다고 언급했고, 중국을 향해서는 아직 '적국'은 아니라면서도 다른 국가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매티스 전 장관은 1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코리아소사이어티, 서울국제포럼이 공동 개최한 '2022 서울포럼'에서 이신화 고려대 교수와 대담 시간을 갖고 이런 견해를 밝혔다.

매티스 전 장관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외교적 노력을 얘기했고, 외교적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이제는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금 동맹을 강화해야 하고, 억지력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면서 "물론 대화를 중단하자는 것은 아니고 연속성은 필요하겠지만, 결국은 억지력이 가장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티스 전 장관은 "억지력 확대는 우리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미 양국이 동의한 것으로 안다"며 "미국은 특히 핵 억지력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충분한 억지력을 확보해서 끔찍한 (북한) 핵무기가 다시는 배치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내에서 핵무기 보유 여론이 높아진다는 점에 대해서는 "한반도에 핵무기가 반드시 있어야만 확장억지력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미관계가 굳건하고 신뢰가 있다면 (핵무기의) 위치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매티스 전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첫 국방장관으로 2017∼2018년 재임하며 북한의 제6차 핵실험,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등을 지켜봤다.

매티스 전 美국방 "외교해법 필요하나 지금은 억지력이 최우선"
그는 장관 재임 시절 대북 선제타격과 관련해 어떤 전략을 마련하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현직이 아니라 조심스럽다면서 "우리가 하고자 했던 것은 가용한 모든 자원을 사용해서 우위를 점하자는 것이었다"고만 언급했다.

매티스 전 장관은 여러 나라가 힘을 합치는 동맹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는 방식으로 중국의 독단적인 행위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다른 국가들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항공기와 병력을 얼마나 가졌던지 혼자서는 할 수 없다.

한 국가만 단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며 중국을 겨냥했다.

또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둔하는 점을 들어 "범죄적 행위를 지원하는 국가는 훌륭한 국가가 될 수 없다"면서도 중국은 특히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서 전략적 경쟁국으로 지목했지만, 그런데도 적국은 아니다.

중국이 어떻다는 것을 일단은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를 향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매티스 전 장관은 1990년대 탈냉전기 등에 러시아를 국제사회에 편입시키려 한 미국의 노력이 "시간 낭비는 아니었다"면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체제의 러시아는 "악몽에 쌓여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푸틴은 예측할 수 없는 인물"이라며 "푸틴은 비민주적 방식으로 반대파를 숙청하기도 했다.

우리가 민주주의에서 볼 수 있는 것을 푸틴에게서는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벌이는 전쟁은 전술적, 전략적 측면에서 작전이 엉망이었다"며 "군사적 방법을 사용하려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야 하는데 결국 비극으로 이어졌다.

이 점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이라고 말했다.

북한, 중국, 러시아의 민주주의 부재를 지적한 매티스 전 장관은 한국의 민주주의 현장을 직접 지켜봤다면서 이런 점 때문에 한미가 같은 가치를 공유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포시즌스호텔 앞 도로에서 벌어진 레미콘운송노조의 결의대회를 언급하며 "사람들이 두려움 없이 거리로 나가서 자신의 불만에 대해 자유롭게 시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라며 "미국보다 한국의 시위가 더 질서정연하다"고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