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핵심들 '이재명 압박용' 불출마했지만…李, 출마 강행 '무게'
설훈·김민석·박범계 채비·97그룹도 기지개…비이재명계 단일화 시나리오
친문 빠진 野 당권경쟁…결국 '골리앗 vs 다윗' 싸움 되나
결국 골리앗을 향한 다윗들의 악전고투가 될 것인가.

안갯속에 있던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권 구도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이재명 상임고문이 출마 강행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지자 당권행을 저울질하던 여타 주자들이 잇달아 거취를 정리하며 대진표가 압축되는 모양새다.

친문 유력 주자였던 전해철(3선)·홍영표(4선) 의원이 출마를 포기한 가운데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그룹' 대표주자 이인영 의원은 물론 이재명계 우원식 의원도 사실상 불출마로 기운 것으로 전해졌다.

전대 출마를 선언했던 정청래 의원도 친이재명 행보를 보여온 만큼 막판에는 출마를 접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내 다수파인 친문계로선 구심점을 잃은 터라 이 고문에 맞설 대항마를 찾는 것이 우선 과제가 됐다.

'이재명 압박용'으로 던진 전해철·홍영표 의원의 불출마 카드가 결국 무위로 돌아갈 것으로 보여서다.

현재 출마가 예상되는 나머지 중진급 인사로는 범친문에 묶이는 설훈(5선)·박범계(3선) 의원과 계파색이 상대적으로 약한 김민석(3선) 의원 정도다.

김민석 의원은 지난 26일 "당과 국가를 위한 사명감으로 전당대회에서 제 소임의 깃발을 준비하겠다"며 사실상의 출마 선언을 한 바 있다.

친문 빠진 野 당권경쟁…결국 '골리앗 vs 다윗' 싸움 되나
비이재명계에서는 이들을 중심으로 세를 규합해 이 고문에 맞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설 의원은 2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제 홍영표 의원의 불출마는 친문의 교통정리 의미도 있을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던 사람들의 단합이라고 할 수 있다"며 "저는 친문은 아니다.

친문은 아닌데 아마 비슷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설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는 "이 고문이 불출마를 결정하면 나도 나가지 않겠지만 출마하겠다면 나도 나가겠다"며 "종내에는 이 고문을 제외한 모든 후보가 단일대오를 이뤄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막판에는 비이재명계 주자들 간 단일화를 통해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야 그나마 승산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김민석 의원도 라디오에 출연해 "이재명 의원은 민주당의 BTS다.

그런데 BTS가 잠시 멈추면서 숙성의 시간을 갖는다는 화두를 던지지 않았느냐"며 이 고문의 불출마를 에둘러 압박했다.

잦아든 듯했던 '97(90년대 학번·70년대생) 그룹 기수론'도 다시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재선 강병원·강훈식·박용진 의원이 각각 전대 출마를 예고한 가운데 이들의 가세도 적잖은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전대에 나가기로 어제 최종 결심했다"고 밝혔고, 강병원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공식 출마 선언을 할 계획이다.

또 다른 97그룹 주자인 박주민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대 출마와 관련해) 계속 이야기를 듣고 있다.

가든 부든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며 고심 중이라고 했다.

친문 빠진 野 당권경쟁…결국 '골리앗 vs 다윗' 싸움 되나
당권주자 라인업 구성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당내에서는 이 고문이 출마할 경우 당선은 떼놓은 당상이라는 평가가 여전히 우세하다.

원내 고위 관계자는 "이 고문이라는 골리앗이 출마한다면 인물 대결은 의미가 없다"며 "이재명 체제에 대한 전망만 남은 것 아니냐"고 했다.

최근 안규백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은 물론 당 상임고문들과 비공개 회동을 하는 등 사실상 출마 채비 중인 이 고문의 최종 결단은 후보 등록 시점인 내달 중순께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계 핵심 인사는 통화에서 "전당대회 룰이 확정되면 최종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며 "결단이 임박했다는 말도 나오는데 이는 빨리 전대 판에 끌어내 네거티브를 하려는 반대쪽 의도가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계파색이 약한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최근 이 고문을 만났는데 출마 의지가 여전하더라"며 "친문 중진들이 불출마한다고 해서 그게 이 고문에게 실질적 압박은 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