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여당 인사들의 사퇴 압박이 날로 매서워지고 있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은 “보장된 임기를 지키지 않도록 강요하는 것은 직권남용”이라고 맞섰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두 위원장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철학에 동의해서 그 자리에 가 있는 것이지, 윤석열 대통령의 철학에 동의해서 그 자리가 있는 게 아니지 않나”라며 “철학도 맞지 않는 사람 밑에서 왜 자리를 연명하는가. 정치 논리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7월, 전 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다. 국민의힘에서 이들 인사에 대한 자진 사퇴를 종용하고 있지만 한 위원장 등은 언론 등을 통해 임기를 채울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은 SNS에 “직업 공무원도 아닌 정무직에 임기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전 정권에서 코드인사로 임명된 정무직들이 임기까지 버티겠다는 것은 후안무치한 짓”이라고 글을 썼다. 후반기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로 내정된 박성중 의원도 한 위원장을 두고 “언론계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라고 비판받았던 인사”라며 맹공했다.

민주당에서는 국민의힘의 자진 사퇴 요구가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며 검찰 수사를 요구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법령상 임기가 정해진 장관급 위원장의 업무를 못 하게 방해하는 것은 명백한 직권남용”이라며 “검찰은 정부 여당에 대해 즉각 영장을 청구하고, 압수수색에 나서달라”고 주장했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장관 시절 산업부 산하 기관장들에게 사직서 제출을 강요한 혐의에 대해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만큼 이번에도 동일하게 수사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 같은 논란에도 한 위원장 등은 임기를 채울 가능성이 높다는 정치권 안팎의 관측이다. 이에 따른 여야 대치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기관장 임기에 대해서는 대통령 임기와 함께하는 법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