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밥상·통합돌봄 사업, 전국적 벤치마킹 대상…도서관도 대폭 확충
대규모 개발·이전사업 지연으로 경제 침체…기업 유치도 성과 못내
김승수 전주시장 8년…문화·복지 합격점, 경제·민생은 낙제점
전북 전주시를 8년간 이끌어온 김승수(53) 시장이 이달 말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간다.

김 시장은 50대 초반의 젊은 나이지만 지난해 7월 일찌감치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새로운 길이 보일 것'이라며 3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시정의 원만한 마무리에 집중해왔다.

이로써 화려했던 20여년의 정치 이력도 일단 쉼표를 찍게 됐다.

그는 1998년 당시 김완주 전주시장의 수행비서로 정치에 입문해 젊은 나이에 전주시 비서실장, 전북도 대외협력국장 및 정무부지사 등을 거치고 45세 되던 2014년에는 최연소 시장이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전주시장이 전북도지사로 가는 징검다리로 인식돼왔던 터라 그의 갑작스러운 불출마 선언은 적지 않은 충격을 줬고, 벌써 자연스럽게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도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공부할 시간이 있다"면서 여지를 남겨둔 상태다.

김승수 전주시장 8년…문화·복지 합격점, 경제·민생은 낙제점
◇ '사람 냄새' 중시한 정치철학 바탕으로 문화·복지 우선순위
'사람 냄새'를 무엇보다 중시했기에 그의 전주시정 8년도 우선 문화와 복지에 방점이 찍혔다.

취임하자마자 아침밥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엄마의 밥상'을 도입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엄마의 밥상은 아침밥을 굶는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 매일 새벽 전해주는 도시락으로, 시민과 기업·단체들의 성금·물품이 쇄도했고 전국적인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올랐다.

노인들이 요양병원이 아닌 자신의 집에서 주거·복지·보건·의료·돌봄 등 40여 가지 서비스를 받도록 한 '통합돌봄 선도사업'과 성매매 집결지인 선미촌의 성평등·문화예술 복합공간으로의 변신 등도 그의 역점사업이다.

문화 분야에서는 시립도서관의 대대적인 확충과 복합문화공간으로의 전환이 두드러진다.

재임 기간에 학산 숲속시집도서관, 자작자작 책 공작소, 여행자 전문도서관, 그림책 전문도서관, 자원봉사 전문 도서관 등을 잇따라 건립했고 기존의 도서관은 시민 누구나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책 놀이터'로 변신시켰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이 아니라 이웃과 만나는 공동체 거점 공간이자, 내 인생을 바꿀 한 권의 책을 만날 기회의 장소"라는 지론에 따른 것이다.

김승수 전주시장 8년…문화·복지 합격점, 경제·민생은 낙제점
◇ 종합경기장·대한방직 부지 개발 미뤄지며 경기 활성화 찬물
경제와 민생 분야는 아쉽다는 평가가 많다.

대표적인 개발사업이었던 종합경기장 재개발은 전임 시장이었던 송하진 전북지사와 갈등만 드러낸 채 8년간 진전을 보이지 못했고,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사업도 2017년 민간업체 자광이 인수한 지 5년이 넘도록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전주교도소 이전사업 등도 백년하청이다.

건설업체를 중심으로 한 경제계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었던 부분이다.

이렇다 할 기업 유치 실적이 없어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와중에 집값이 급등하고 인구 증가세가 멈춰 선 것도 뼈아픈 대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고통받는 서민을 위해 전국 지자체가 도입했던 '전 시민 재난지원금', '지역화폐 확대 발행' 등에 소극적이었던 것도 시민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부분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김 시장이 문화와 복지, 삶의 질 향상과 같은 문제에는 강한 관심과 추진력을 보였으나 대규모 개발사업 등에는 임기 내내 과도한 경계심을 유지해온 것 같다"며 "그 결과가 지역경제 침체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