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디지털화 늦어지면 경제 낙후성 못 털어내" 우려
북한, 소프트웨어 저작권 보호 법제화…디지털경제 초석닦나
북한이 소프트웨어 저작권 보호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 눈길을 끈다.

디지털경제 전환을 염두에 둔 북한이 정보통신(IT) 관련 체계를 정비하고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2일 김일성종합대학 법학부 박사 노금철은 김일성대 홈페이지 '룡남산'에 올린 글에서 지난해 4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제14차 전원회의에서 채택된 '소프트웨어 보호법' 내용을 상세히 소개했다.

법안 채택 당시 이 법이 소프트웨어 개발과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취지만 간략히 공개됐는데, 이번에 5개장 46개조의 내용을 상세히 공개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제4장에서 기관이나 기업소, 단체, 공민 등 제3자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려면 저작권자 허가를 받고 정해진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규정한 점이다.

다만 교육이나 수사 목적인 경우, 무상 배포된 것을 이용할 경우에는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명시했다.

저작권자의 인격권 보호기간은 무기한으로 했다.

재산권 보호기간은 30년으로 제한하되 경우에 따라 20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만약 소프트웨어 저작권자가 상속인 없이 사망했거나 저작권 증여 의사를 남기지 않고 사망했을 경우에는 국가가 재산권을 갖게 된다.

북한이 무형의 지식재산에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고 거래와 상속 대상으로 삼고 있음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북한은 이처럼 IT 관련 법제를 정비하며 이른바 '숫자경제', 즉 경제의 디지털화를 준비하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0년 4월 8일 기사에서 숫자경제의 본질을 "정보기술과 숫자 기술의 결합에 기초한 경제의 정보화"라고 정의하며 "공업경제로부터 지식경제로 이행하는 사회경제적 발전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신문은 "경제의 숫자화에 의하여 경제 부문의 정보화가 다그쳐지고 국가의 경제지도 관리와 기업체들의 생산경영 활동이 효율적으로 진행되며 전반적인 경제 장성이 이루어지게 된다"며 "인민경제의 질적 발전을 위한 혁신적 동력이 될 것"이라고 청사진을 펼쳤다.

신문은 지난해 5월 6일자 기사에서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보고서를 인용해 "앞으로 발전도상 나라들이 경제의 숫자화(디지털화) 수준을 빨리 높이지 않는다면 경제의 낙후성을 영원히 털어버릴 수 없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가 극심했던 지난해에도 전국정보화성과전람회, 전국나노기술부문 과학기술전시회 등을 개최해 관련 투자를 이어갔다.

다만 북한의 디지털경제 구상이 현실로 구현될지는 불투명하다.

북한의 소수 프로그래머가 숙련된 해킹 능력을 자랑하는 것과 달리 절대다수 주민은 인터넷에 접속할 수조차 없다.

북한은 국제사회와 단절된 내부 통신망(인트라넷)을 사용한다.

대북제재로 반도체 수입이 어려워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기도 쉽지 않다.

일각에선 북한이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더라도 결국 이를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속 빅브라더라는 비판을 받는 중국처럼 주민들을 통제하는 데 쓸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 소프트웨어 저작권 보호 법제화…디지털경제 초석닦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