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외교정책 일환…국내 성 소수자 만난 최고위급 미국 관료
셔먼 美국무 부장관, 하리수 등 국내 성 소수자와 간담회(종합)
방한 중인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성 소수자 인권의 달(프라이드 먼스·Pride Month)을 맞아 7일 서울 중구 주한미국대사관저에서 국내 성 소수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이들의 인권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셔먼 부장관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 서울에서 한국 LGBTQI+ 활동가들과 환상적인 대화를 나눴다"면서 "우리는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전 세계 LGBTQI+ 차별 종식, 인권 증진 작업 등에 대해 토론했다"고 말했다.

'LGBTQI+'는 레즈비언(L), 게이(G), 양성애자(B), 성전환자(T), 성 정체성 의문자(Q), 간성(I), 기타(+) 등 성 소수자를 뜻한다.

간담회에는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트랜스젠더 방송인 하리수 등이 참석했다.

셔먼 美국무 부장관, 하리수 등 국내 성 소수자와 간담회(종합)
셔먼 부장관을 비롯한 간담회 참석자들은 주한미대사관저에서 성 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 게양식도 함께 했다.

주한미대사관은 트위터를 통해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이 오늘 성 소수자의 인권을 증진하고자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의지에 대한 상징으로 주한미대사관저인 하비브하우스에서 프로그레스 플래그(무지개 깃발)를 게양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하리수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셔먼 부장관의 초대로 간담회에 참석한 사실을 알리며 셔먼 부장관과 크리스토퍼 델 코르소 주한 미국대사 대리와 뜻깊은 토론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 6일부터 2박 3일간 한국에 머무는 셔먼 부장관이 바쁜 일정을 쪼개 국내 성 소수자를 만난 것은 이들의 인권에 대한 미국 정부의 관심이 지대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임 소장은 페이스북에 "(셔먼 부장관은) 한국 내 성소수자들의 인권 증진을 위해 미국 정부도 여러분들과 함께 노력할 것이며, 향후 제시카 스턴 미 국무부 성소수자 인권 특사 방한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면담에서는 성전환 후 강제 전역 처분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고(故) 변희수 하사, 서울광장 내 퀴어축제 승인 지연 등 국내 성소수자 인권 관련 이슈도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소장은 "차별금지법이 조속히 도입돼야 하며 미국 정부도 한국 내 성소수자 인권증진을 위해 함께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셔먼 美국무 부장관, 하리수 등 국내 성 소수자와 간담회(종합)
바이든 행정부는 성 소수자 인권을 인권 외교의 중요 의제 중 하나로 다루고 있다.

미국 국무부도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지난 3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명의의 성명을 통해 미국 여권 신청서에 남성이나 여성이 아닌 '제3의 성' 표기를 추가하겠다고 밝히는 등 꾸준히 성 소수자의 인권 증진 작업을 펼치고 있다.

미국의 '세컨드 젠틀맨'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는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한국을 찾아 국내 연예계 대표적 성 소수자인 방송인 홍석천 씨와 함께 광장 시장을 돌아보기도 했다.

셔먼 부장관은 공식적으로 국내 성 소수자들과 간담회를 한 미 행정부 최고위 관료다.

오바마 정부 시기인 2016년에는 랜디 베리 당시 미국 국무부 성 소수자 인권 특사가 한국을 찾아 국내 성 소수자 대표들을 만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