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곳서 35분간 3~4종 8발 발사·도발양상 다양화…동시타격 과시·3축체계 겨냥
바다서 불댕긴 연합훈련, 지상·공중 확대될듯…핵실험전 미사일 도발 계속할듯
한미훈련→北미사일 무더기 도발→대북압박 확대…'강대강' 대치
한국과 미국이 핵 추진 항공모함을 동원한 고강도 연합훈련을 시행하자, 북한은 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8발을 동시다발적으로 발사하며 응수했다.

앞으로 한미의 대북 압박조치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 한반도 정세는 '강 대 강' 대치 국면이 계속될 전망이다.

군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꺼번에 SRBM을 무더기로 쏜 것은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실시된 한미 해군의 대규모 연합훈련 대응 차원이라고 해석한다.

북한은 이날 오전 9시 8분께부터 9시 43분께까지 35분간 평양 순안, 평남 개천, 평북 동창리, 함남 함흥 등 4곳에서 동해상으로 SRBM 8발을 발사했다.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신형 전술유도무기 등 최소 3~4종을 섞어 쏜 것으로 분석된다.

4.3분당 1발꼴로 발사했으며 한 곳에서 최소 2발씩을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

◇ 북, 8발 동시다발적 발사·도발양상 다양화…3축체계 무력화 노려
북한이 하루에 탄도미사일 8발을 동시다발적으로 쏜 것은 사실상 처음이라고 군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지난달 25일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KN-23 등 3발을 섞어 쏜 이후 8발의 SRBM 동시발사로 도발 양상이 다양해지고 있다.

북한은 과거에도 한미 연합훈련 기간이나 직후에 일종의 '대응 사격식' 미사일 발사를 한 전력이 있다.

2014년에는 한꺼번에 로켓포 70여 발을 쏘기도 했다.

한미 연합훈련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해왔음을 보여준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한미 연합훈련이 이번 도발의 직접적 배경일 것으로 보인다"며 "미사일을 동시다발로 쏘는 건 연속사격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실험보다는 훈련 성격"이라고 분석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오늘 발사도 군사력 과시를 위한 목적이 커 보이며, 시험 또는 검수 발사가 아니라 탄도미사일 부대의 능력을 과시하고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평가하고 "한미 연합훈련 견제 성격도 있다"고 덧붙였다.

양무진 북한대학교 부총장은 "일단 대내적으로는 '코로나19 극복', '핵무력 강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대외적으로는 한미일 수석부대표의 대북 압박에 이어 항공모함을 동원한 연합훈련에 대한 반발도 담겨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에서 강조하는 3축 체계에 대응하는 차원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3축 체계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선제타격 능력인 킬체인(Kill Chain)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KMPR) 전력을 갖추겠다는 전력증강 계획을 뜻한다.

킬체인은 미사일 탐지부터 선제타격으로 격파하는 일련의 작전 행위를 말하며, KAMD는 중·저고도로 날아오는 북한 미사일을 패트리엇(PAC-3), 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L-SAM) 등으로 요격하는 체계이다.

북한이 여러 곳에서 이동식발사차량(TEL)을 이용해 탄도미사일을 쏠 경우 즉각 탐지 및 요격 등의 대응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달 상순 당 전원회의 개최를 앞두고 내부결속 필요성 등으로 일정한 군사적 긴장감 조성을 노렸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미훈련→北미사일 무더기 도발→대북압박 확대…'강대강' 대치
◇ 연합훈련 확대→北핵실험→미 전략자산 전개로 군사적 긴장 지속될듯
전문가들은 북한이 당분간 미사일 도발을 계속할 것으로 예측한다.

미사일 도발을 통해 한미의 고강도 대북 압박조치를 끌어내 7차 핵실험 도발 명분으로 삼으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북한의 이런 행위가 계속되면 한미는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전개된 가운데 해상에 이어 지상과 공중에서 강도 높은 연합훈련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어 한반도 군사적 긴장은 고조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이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국가안보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이후 결과를 보고받고 "상시 대비태세를 확고하게 유지하고, 한미 미사일 방어훈련을 포함한 한미 확장억제력과 연합방위태세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라"고 지시했다.

북한의 SRBM 발사에 대한 비례적 대응과 핵실험 전후 강력한 경고 차원에서 하반기에 다양한 연합훈련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한국국방연구원의 이장욱 연구위원은 "한미 정상의 합의에 따라 이번 한미 해군의 연합훈련뿐 아니라 (지상·공중의) 다른 형태로도 많은 실기동 훈련이 있을 것"이라며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윤석열 정부 안보 당국자들이 실기동 연합훈련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8월께 대규모 연합훈련이 예상된다.

이 연구위원은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의 규모·방식에 상관없이 9·19 합의 파기라며 비난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북한이 그러한 비난을 하더라도 눈치 보지 않고 훈련 확대를 실행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북한도 반발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올해 들어 6차례 ICBM 도발을 포함해 이날까지 18차례 무력시위를 벌였다.

9일에 1회 꼴이다.

특히 북한은 7차 핵실험에 필요한 준비를 대부분 마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기 결정만 남겨둔 것으로 한미 당국이 판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미 연합훈련 확대 시행, 핵실험 등 북한의 강력 도발,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등으로 양측이 강대강 대치 구조를 이어가며 긴장은 계속 고조될 것으로 내다봤다.

◇ 韓 해군전단·美 핵항모 연합훈련…"향후 연합훈련 확대 신호탄"
일본 오키나와 남쪽 공해에서 펼쳐진 한미 해군의 연합훈련은 양국의 고강도 연합훈련 복원의 '신호탄'이자 '상징'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연합훈련에 한국 해군 측에서 환태평양훈련(RIMPAC·림팩) 참가 차 하와이로 이동 중인 상륙강습함 마라도함(LPH·1만4천500t급), 이지스 구축함 세종대왕함(DDG·7천600t급), 구축함 문무대왕함(DDH-Ⅱ·4천400t급)이 참가했다.

미국 해군 측에서는 핵 추진 항모 로널드레이건호(CVN-76·10만t급), 순양함 엔티텀함(CG-54·9천800t), 이지스 구축함 벤폴드함(DDG-65·6천900t), 군수지원함 빅혼함이 참가했다.

한미 해군은 레이건호에서 열린 한미 지휘관 회의를 시작으로 방공전, 대잠전, 해상기동군수, 해양차단작전 등 다양한 해상 훈련을 벌였다.

한미가 다국적 훈련이 아닌 양국 연합훈련 차원에서 핵 추진 항모를 동원한 것은 2017년 11월 이후 4년 7개월 만이다.

한미훈련→北미사일 무더기 도발→대북압박 확대…'강대강' 대치
9·19 군사합의 이후 한반도 일대에서 연대급 이상 한미 연합훈련은 중단됐다.

익명의 안보 전문가는 "9·19 군사합의에 명시된 사항은 아니지만 지난 정부는 그 합의를 확장적으로 해석해서 연대급 이상 연합훈련을 하지 않았다"며 "새 정부 들어 우리 해군 전단이 동원된 이번 연합훈련은 한반도 밖이긴 해도 전략자산을 투입한 연대급 이상 훈련을 했다는 점에서 한미 연합훈련 확대·복원의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 훈련은 한미 정상이 지난달 21일 확장억제력의 실행력과 연합 대비태세 강화를 위해 확장억제협의체(EDSCG) 재가동,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연합훈련의 범위·규모를 확대키로 합의한 이후 처음 시행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