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사업' 인천애뜰…시청 터에 조성한 시민광장
'패장' 박남춘 인천시장 SNS에 올린 사진의 의미는
"시민의 엄중한 뜻을 겸허히 받겠습니다.

지난 4년간 시민시장님들을 모실 수 있어서 더없이 행복했습니다.

감사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6·1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실패한 박남춘 인천시장은 패배가 확정된 지난 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낙선 소회를 담담하게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 시장은 제물포고 1년 선배인 국민의힘 유정복 당선인에게 패배했다.

4년 전 선거에서 유 당선인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지만, 이번에는 입장이 바뀌었다.

박 시장은 공약 이행률 최우수 SA등급, 지역화폐 인천 이음카드 성공, 친환경특별시 도약 등 민선 7기의 성과를 바탕으로 표심을 공략했지만 끝내 재선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박 시장은 민선 7기 4년간 발생한 각종 사고와 비상 상황 때문에 수습과 대응에 행정력의 대부분을 쏟아부어야 했다.

2018년 7월 태풍 '쁘라삐룬' 북상에 취임식도 취소하고 2019년 붉은 수돗물 사태와 돼지열병 확산,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과 수돗물 유충 사태가 이어지며 "노란 민방위복을 입은 날이 더 많았다"고 할 정도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인천의 해묵은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됐다.

혈세 낭비 사업의 대표 사례로 꼽혔던 월미은하레일이 '월미바다열차'로 탈바꿈해 개통하고, 20년 가까이 지연된 숭인지하차도 건설 사업도 공사가 재개됐다.

또 미군 부대 캠프마켓 이전과 군부대 통합 재배치, 송도 워터프런트 조성 사업, 청라∼영종 제3연륙교 건설 사업도 속속 제 자리를 찾아갔다.

특히 '수도권매립지 2025년 사용 종료'를 달성하기 위해 서울·경기·환경부와 불편한 충돌을 마다하지 않았고, 그 결과 쓰레기 발생지 처리 원칙에 입각한 친환경 매립에 대한 공감대도 확산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약 20일 만에 치러진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패배의 소용돌이 속에서 헤쳐나오기는 쉽지 않았다.

박 시장 캠프의 한 참모는 SNS에 "대선 이후 계속된 당의 헛발질에 소극적 지지층마저 빠져나가는 데이터를 봤다"며 "우리가 잘못해서 졌고 기대에 못 미쳤지만 '정치가 자치를 죽였다'라는 말이 내내 맴돌았다"고 했다.

'패장' 박남춘 인천시장 SNS에 올린 사진의 의미는
선거에서 이긴 당선인들에게 모든 관심과 조명이 집중되던 지난 2일 오전 박 시장은 본인의 페이스북에 아무런 설명 없이 사진 한 장을 마지막으로 올렸다.

그 사진은 어느 화창한 날 인천시청 앞 광장 '인천애뜰'의 모습이었다.

인천애뜰은 박 시장의 취임 후 '1호' 사업으로 조성됐다.

박 시장은 권위적인 관공서 공간을 시민에게 돌려준다는 취지로, 2019년 시청 주차장과 담장을 걷어내고 2만㎡ 터에 인천애뜰을 조성했다.

지금은 주변 직장인들과 주민들이 아이들과 반려동물을 데리고 산책하며 휴식을 즐기는 소통·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 시장이 1호 사업으로 조성된 인천애뜰에 많은 애착이 있다"며 "선거에서는 졌지만, 시민이 행복해하며 즐길 수 있는 자산을 남기고 떠날 수 있는 점에 대한 소회를 남긴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선거 후 휴가를 낸 박 시장은 오는 9일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며 30일 퇴임식을 끝으로 인천시청을 떠나게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