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인준안 처리…사상초유 '초대총리 인준부결' 위기 넘겨
국힘, 수적 열세 딛고 정면 돌파…"협치 정신 이어갈 것"
민주, 강경 분위기에도 지방선거 의식 현실적 선택…"대승적 결정"
'극적봉합' 여야, 파국 피했다…협치기대 살리고 국정공백 해소
여야가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을 처리하면서 정권 초반 협치의 불씨를 살려갈 수 있게 됐다.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국회에서 총리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적은 김대중 정부 시절 장상·장대환 총리 서리밖에 없었다.

더욱이 정부 출범 이후 첫 총리의 인준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사례는 헌정사에서 찾기 어렵다.

결국 이번 임명동의안 처리로 사상 초유의 초대 총리 인준 부결이라는 파국을 피하게 된 것이다.

여소야대(與小野大) 국면 속에서도 정부 출범 열흘 만에 내각 구성의 가장 큰 고비를 넘기고 국정공백을 해소한 국민의힘, 강경론이 득세한 상황에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실적인 선택을 한 더불어민주당의 이해관계가 절충되면서 극적 봉합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극적봉합' 여야, 파국 피했다…협치기대 살리고 국정공백 해소
국민의힘은 원내에서 수적 열세에 몰려있다 보니 애초 야당의 협조 없이는 국무총리 인준안 처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출발했다.

이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의 사퇴를 조건으로 민주당의 협조를 끌어내는 '정치적 딜'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당 내부에서도 나왔다.

그러나 국민의힘 지도부는 "국무총리는 정치거래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권성동 원내대표)고 공언하는 등 정면 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여기에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여론 흐름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관측된다.

설령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더라도 정치적으로 나쁠 게 없다며 '꽃놀이패'를 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당 내부에서 나왔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민주당을 향해 '퇴로'도 제시했다.

일부 여권 인사는 한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정 후보자의 거취를 거론하며 '한 후보자 인준 시 윤석열 대통령이 모른 척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메시지로 민주당 측의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은아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민주당이 가결 당론을 결정한 의총 후 논평에서 "민주당이 '국무총리 인준안 가결'로 화답했기에 국민의힘도 윤석열 정부 동안 여야 간 협치 정신을 이어나갈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극적봉합' 여야, 파국 피했다…협치기대 살리고 국정공백 해소
민주당은 한때 강경론이 득세하며 부결 쪽으로 기우는 듯했으나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3시간이 넘는 회의 끝에 임명동의안을 당론으로 찬성하기로 결론 내렸다.

지방선거를 불과 12일 남긴 상황에서 인준안을 부결시킬 경우 자칫 '발목잡기' 프레임으로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대화와 타협을 거부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묵과할 수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지만 결국 입장을 선회했다.

민주당 지지율이 내림세를 보이며 비상이 걸린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갤럽이 17∼19일 전국 성인 남녀 1천명을 상대로 조사(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29%로 1주일 전보다 2%포인트 내렸다.

2주 전인 5월 1주차 조사와 비교하면 무려 12%포인트 내렸다.

지지세가 줄어든 상황에서 초대 총리 후보자를 '강제 낙마'시킬 경우 중도층 민심 이탈은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본회의 표결에 앞서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국정 공백을 없게 하기 위해 통 크게, 대승적으로 임명 동의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극적봉합' 여야, 파국 피했다…협치기대 살리고 국정공백 해소
여야가 이날 한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로 파국은 피했지만, 앞으로 험로는 여전히 남아있다.

당장 21대 국회 후반기 원(院) 구성 협상에서도 여야 충돌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겨주는 내용의 기존 합의안을 원점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애초 합의대로 법사위원장을 달라고 맞서고 있다.

또 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의 후속 절차인 중대 범죄수사청 설립 등에 대해서도 여야는 현격한 견해차를 드러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