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美 포함 8개국 가입…韓, 24일 IPEF 출범 선언 정상회의 참여
'반중 연대' 구상 논란에 대통령실 "중국 배척하는 것 아니다" 강조
당장은 국회 비준 안거치지만 향후 규범수준 높아지면 거칠 수도
[한미정상회담 D-3] IPEF는 신통상 대응 협력체…향후 절차와 영향은(종합)
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역내 경제협력 구상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를 공식 확정함에 따라 이 협의체가 앞으로 어떻게 운영되고, 또 우리 기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IPEF가 '반중 연대'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일단 중국 배척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당장 IPEF가 출범한다고 해도 세부 사항 논의 등을 통해 틀을 잡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의 구상대로라면 지금은 국회 비준을 거칠 수준이 아니지만 향후 규범 수준이 높아질 경우에는 비준 절차를 밟아야 할 수도 있다.

◇ 기존 무역협정과 달리 신통상 의제 대응 위한 경제협력체
18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24일 일본에서 열리는 IPEF 출범 선언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IPEF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처음 제안한 것으로, 상품과 서비스 시장 개방을 목표로 하는 기존의 무역협정과 달리 디지털·공급망·청정에너지 등 새로운 통상 의제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포괄적 경제 협력체다.

IPEF는 중국이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인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주도한 데 이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추진하는 데 대한 '대항마' 성격이 있다.

역내에서 경제적 영토를 확장해 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고안한 협의체로 평가된다.

구체적으로 무역, 공급망, 탈탄소 및 인프라, 탈세 및 부패 방지 등 4개 주제를 중심으로 참여국의 경제 분야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데 특히 반도체·배터리 등의 핵심 분야에서 중국을 배제한 채 역내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IPEF 출범으로 새로운 통상규범이 만들어지는데 가입을 머뭇거리다간 한국이 소외될 우려도 있어 출범 시기에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박선민 연구위원·이유진 수석연구원도 최근 공개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최근 공급망 및 물류 대란 속에서 안정성과 회복 탄력성 있는 국가 간 협력 체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만큼 IPEF를 기업과 국가의 실익을 극대화하는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정상회담 D-3] IPEF는 신통상 대응 협력체…향후 절차와 영향은(종합)
◇ '반중 연대' 논란 속 정부 "중국배척 아니다" 강조
IPEF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반중 연대'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평가도 있어 정부는 물론 기업들로서는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중국은 현재 미국을 향해 "아시아·태평양은 협력·발전의 고향이지 지정학의 바둑판이 아니다"며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지난 10일 윤 대통령 취임식 때는 시진핑 국가주석 특사 자격으로 왕치산 국가부주석을 보내 우회적으로 견제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왕 부주석은 당시 윤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양국 간의 산업 공급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일단 중국 배척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 한미정상회담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중국을 배척하는 게 아니다"면서 "IPEF를 단순히 강대국끼리의 공급망 적대적 디커플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김 1차장은 IPEF 규모에 대해서는 "현재 IPEF에 가입한 나라는 미국을 포함해 8개 나라"라면서 "다음 주 초 일본에서 화상 정상회의를 하면 우리 대통령도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시간을 갖고 미국과 관련국, 특히 한국은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새로운 규범과 스탠더드를 창출하고 다른 나라를 초대하며 IPEF에서 국익을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현재로선 미국의 전통적 우방인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와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회원국 중 싱가포르 등의 참여가 예상된다.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등의 동참 가능성도 거론된다.

반면 친중 성향이 강한 캄보디아와 라오스, 미얀마 등은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미정상회담 D-3] IPEF는 신통상 대응 협력체…향후 절차와 영향은(종합)
◇ 현재로서는 국회 비준 안거하지만 향후 규범 수준 높아지면 밝아야 할 수도
오는 24일 일본에서 IPEF가 공식 출범하더라도 당장 국회 비준을 받거나 하는 일은 없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이나 CPTPP, RCEP 등은 상품·서비스 시장 개장을 전제한 것이어서 체결 시 국회 비준 동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IPEF는 무역을 활성화하고 공급망을 안정화하며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해 협력하자는 선언적 수준으로, 시장 개방과 같은 구체적인 사항이 논의되지는 않은 상태다.

미국은 보통 무역 협정 시 의회 보고 후 권한을 일임받아 협상을 진행하는데 이번 IPEF는 의회에서 권한을 부여받은 사항도 아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금 수준에서는 우선 행정부가 논의를 진행하고 내용이 가시화돼 CPTPP·RCEP처럼 시장 개방 사항이 있거나 높은 수준의 규범이 된다면 국회에 보고하고 체결 시 비준 동의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IPEF 참가국들은 향후 자국법을 참고해 구체적인 사항들을 논의해 가면서 틀을 잡게 된다.

올해 2월 국내에서 발효된 RCEP의 경우 논의 초기 아세안과 한중일만 대상이었다가 15개국으로 늘어나면서 2012년 협상 이후 발효까지 10년이 걸렸다.

◇ 경제계 일각서 중국 보복 우려도
이런 가운데 국내 경제계 일각에서는 IPEF 출범 이후 중국의 보복성 조치가 있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중국과 진행하는 사업이 많은 업체 입장에서는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IPEF 가입에 대응해 중국이 보복성 조치를 하면 우리로서는 민감하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IPEF 가입으로 당장 영향을 받을 것 같진 않지만 당분간 상황을 보면서 대처 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아직 그룹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에는 이르지만 무역 비중이 큰 중국과의 사업에서 어떤 영향을 받을지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며 "정부가 국익 차원에서 잘 풀어나가길 기대한다"고 희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