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장 부족에 일부 수험생 3시간 거리 '원정 시험'
원거리 배정에 시험 포기하기도
"공무원시험 보려 왕복 6시간 운전" 확진 수험생들 불만
지난 2일 국가공무원 9급 시험에 응시한 코로나19 확진 수험생들이 시험장 부족으로 3시간 넘게 떨어진 지역에서 시험을 치러야 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국가직 공무원 9급 시험을 준비했던 수험생 A씨는 시험 이틀 전인 지난달 31일 코로나19에 확진됐다.

확진 판정을 받은 A씨는 남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인사혁신처에 확진 사실을 신고했고, 시험 전날 저녁 8시에야 인사처로부터 어처구니없는 통보를 받았다.

'부산과 대구에 확진자를 위해 마련된 별도 시험장이 이미 다 차서 울산에서 세종까지 가서 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안 되며 환자에게 왕복 6시간 반을 운전해서 오라고 했다"면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방식이면 그냥 남들 걸리든 말든 당일 시험장에 가지 누가 코로나에 걸렸다고 신고하겠는가"라며 양심적으로 행동하는 수험생에게 피해를 주는 불합리한 처사라고 토로했다.

수험생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A씨처럼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시험장을 배정받은 확진 수험생들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한 수험생은 "확진 받은 뒤 두 시간 넘는 거리의 시험장에 배정됐다"면서 "차가 없어 20만원 내고 방역택시 불러 시험 치르러 간다"고 했다.

또 다른 수험생은 "양심껏 자진신고했는데 부산에서 세종까지 가라고 한다"면서 "이렇게 확진 수험생이 많으면 인근에 시험장 한 곳을 더 마련하는 게 정상이 아닌가"라고 썼다.

차로 세 시간 넘는 거리의 장소를 배정받았다는 한 수험생은 "왕복 택시비가 50만원이 넘는데 공시생 입장에서 너무 부담된다"면서 이번 시험은 포기했다고 했다.

또 다른 확진 수험생은 "시험 전날 저녁까지 시험장소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해 불안에 떨다 밤 10시 넘어서까지 수십번 전화를 걸고 나서야 겨우 인사혁신처와 전화 연결이 됐다"면서 "사전에 확진자 수를 넉넉하게 잡아 각 지역에 고사장을 마련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 시험에서 확진·자가격리 수험생을 위해 마련된 별도 시험장은 경기 과천, 충남 천안, 충북 진천, 부산, 대구, 세종, 전남 나주, 전북 김제, 강원 춘천, 제주 서귀포 등 총 10곳이다.

당초 전북 지역에 별도 시험장이 마련되지 않아 수험생들의 불만이 제기되자 경기 화성을 제외하고 전북 김제를 대신 배정하기도 했다.

이날 시험에는 응시대상자 16만5천524명 중 77.1%인 12만7천686명이 응시했으며 응시자 중 코로나19 확진 인원은 1천161명이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확진자를 위해 병원이나 치료센터가 아닌 별도의 시험장을 마련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며 "장소 확보 등의 문제로 모든 지역에 별도의 시험장을 마련하기 어려웠던 점을 양해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