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조종사 기본과정 교육에 활용…사고기 2대 모두 교관도 동승
독자개발 첫 훈련기 KT-1, 초유의 '공중충돌'로 19년만에 추락(종합)
경남 사천에서 1일 비행훈련에 나선 공군 KT-1 훈련기 2대가 공중충돌 후 추락하면서 공군이 사고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공군에 따르면 KT-1 2대는 이날 오후 비행훈련을 위해 연달아 이륙한 지 5분 만에 공중에서 서로 충돌해 추락했다.

당시 편대임무를 위해 2대가 먼저 떴고, 이어서 계기비행 훈련을 위해 1대가 별도로 이륙했는데, 편대임무 훈련기 1대와 계기비행 훈련기가 충돌했다는 게 공군 설명이다.

계기비행은 조종사가 직접 맨눈으로 지형지물 등을 파악하는 시계비행과 달리 항공기 위치 등을 장착된 계기에만 의존하는 비행 방식이다.

추락한 KT-1 2대는 복좌(2인승) 형태로, 각각 학생조종사 1명(중위)과 비행교수(군무원) 1명 등 2명씩 총 4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사고 직후 2대에서 모두 비상탈출이 이뤄졌지만, 4명이 전원 순직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공군은 전했다.

KT-1 훈련기는 국내 기술로 설계·개발된 최초의 국산 훈련기다.

학생조종사들이 전투기 조종사가 되기 위한 '기본교육 과정'을 이수할 때 활용된다.

KT-1은 1989년 12월 공군이 소요를 제기해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연구개발을 거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1998년 3월 시제기를 생산했고 2000년부터 실전 배치됐다.

최대속도 648㎞/h, 항속거리 1천667㎞, 상승한도 1만1천580m, 최대이륙중량 2천540㎏의 제원을 갖추고 있다.

통상 군용 훈련기는 조종사 양성과 비행기술 연마를 위해 조종훈련이 용이하고 교육단계별로 기종 전환이 가능하도록 설계된다.

KT-1은 해외 여러 국가로 수출되는 등 해외의 동급 훈련기 대비 성능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KT-1 훈련기끼리 공중 충돌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공군 관계자는 전했다.

전투기와 훈련기를 통틀어서도 '공중 충돌'은 드문 일이다.

지난 2008년 F-5E 전투기 2대가 호국훈련 중 충돌한 사례가 마지막으로 알려졌다.

과거 KT-1 조종 경험이 있는 한 예비역 조종사 A씨는 "공중충돌이 아예 일어나지 않는 건 아니지만, 흔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자동차처럼 '정면충돌'하지 않더라도, 전투기나 훈련기의 경우 같은 방향으로 가다가 날개끼리 스치기만 해도 때에 따라서는 기체가 크게 손상될 수 있어 위험하다는 게 A씨 주장이다.

학생조종사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경험이 풍부한 조종사에 비해 위기 대처에 미숙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충돌 사고 자체가 드문 만큼, 기체 결함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밀한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KT-1 훈련기 사고는 지난 2003년 11월이 마지막 사례로, 당시 비행교육에 나섰던 조종사의 엔진전자제어장치 스위치 조작 잘못으로 사고가 났다고 공군은 발표한 바 있다.

한편, 공군 입장에서는 지난 1월 공군 F-5E 전투기가 기체 결함으로 추락해 조종사 1명이 순직한 지 불과 3개월만에 또다시 대형 사고 발생으로 비상이 걸렸다.

물론 사고 원인 규명이 우선돼야 하지만, 이번 사고를 계기로 공군 조종사에 대한 전반적인 훈련 방식 등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자개발 첫 훈련기 KT-1, 초유의 '공중충돌'로 19년만에 추락(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