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부터 이재명까지 줄줄이 쓴잔…징크스 못 깨고 대망론 다음 기회로
[윤석열 당선] 전임 지사 5명 대권도전 좌절…다시 부각된 '경기지사 무덤론'
9일 치러진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당선되면서 역대 경기도지사들의 대권 도전사가 새삼 주목받게 됐다.

경기지사 출신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낙선으로 경기도는 '대선주자의 무덤'이라는 정치권 징크스를 이번에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역대 경기지사들의 대권 도전사는 국민 4분의 1이 거주하는 전국 최대 지자체의 위상과는 동떨어진 흑역사, 그 자체다.

대통령을 한차례 배출한 같은 수도권 내 서울시와 비교에서도 이들의 도전 실패는 더욱 도드라지게 됐다.

민선지사 6명 가운데 임창열 전 지사를 제외하고 이인제, 손학규, 김문수, 남경필, 이재명 등 5명이 차례로 대권에 도전장을 던졌으나 모두 고배를 마셨다.

이들 가운데 신당을 창당해 대선 본선에 나섰던 이인제 전 지사를 제외하고 당내 경선을 거쳐 집권 여당 후보로 대선 본선에 오른 것은 이재명 전 지사가 유일하다.

이 때문에 이번 대선이 '경기지사 무덤론'을 '대망론'으로 반전시킬 전환점이 될지에 관심이 쏠렸으나 이 후보 역시 제1야당 후보의 벽을 넘지 못하고 또다시 대권 꿈을 접고 말았다.

[윤석열 당선] 전임 지사 5명 대권도전 좌절…다시 부각된 '경기지사 무덤론'
1995년 초대 민선 지사로 당선된 이인제 전 지사는 1997년 15대 대선 때 신한국당 경선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밀려 2위로 석패하자 같은 해 지사직을 사퇴하고 국민신당을 창당해 본선에 나섰지만 3위에 그쳤다.

2002년 16대 대선 때에는 민주당 경선에서 노무현 돌풍에 또다시 무릎을 꿇은 뒤 탈당해 자민련에 입당하기도 했다.

그는 2007년 17대 대선에선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본선에 나섰지만 6위에 그쳤고, 2017년 19대 대선에선 자유한국당 후보에 도전했지만, 홍준표·김진태 후보에 밀려 3위에 그치며 경선의 문턱도 넘지 못했다.

이인제 전 지사는 이런 과정에서 경선 불복과 탈당, 당적 변경과 신당 창당 등을 거듭하면서 과정의 정당성 확보에도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3명의 전임 지사는 본선에 나서지도 못하고 당내 경선에서 대권 꿈을 접었다.

손학규 전 지사의 경우 당적을 변경하고 정계 은퇴 선언을 번복하며 당내 경선만 3번 도전했다가 낙선하고 대권에서 멀어졌다.

한나라당을 탈당해 17대·18대 대선에서 민주당계 정당의 경선에 나섰지만 모두 2위에 그쳤고, 19대 대선에선 국민의당으로 둥지를 옮겨 경선에 다시 도전했지만, 안철수 후보에게 밀려 탈락했다.

손 전 지사는 지난해 11월 무소속으로 네 번째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가 두 달 만인 올해 1월 후보직을 사퇴하고 뜻을 접었다.

김문수 전 지사는 18대 대선 때 새누리당 경선에 나섰지만, 박근혜 후보가 압승하며 본선 진출을 하지 못했다.

5선 국회의원 출신의 한나라당 소장파 그룹 '남원정' 3인방의 한 명이었던 남경필 전 지사 역시 19대 대선을 앞두고 탈당한 뒤 2017년 바른정당 후보 경선에 나섰으나 유승민 후보에 밀려 본선 무대를 밟아보지 못했다.

촛불정국에서 '변방의 장수'로 지명도를 높인 이 전 지사는 재선 성남시장으로 2017년 19대 대선 경선에서 도전해 고배를 마셨지만, 이듬해 경기지사에 당선되며 대권 재도전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이 전 지사는 2018년 경기지사 취임 직후 인터뷰에서 '경기지사 무덤론'에 대해 "전임 지사들은 정치인들이었고 저는 실무적 행정가"라며 "정치 활동하듯이 하면 경기도에서 성과 내기 어렵다"고 전임 지사들과의 차별화를 내세웠다.

그러나 이 전 지사의 대권 가도는 순탄치 않았다.

지사 취임 직후부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기소돼 무죄 확정판결을 받을 때까지 냉탕 온탕을 오가는 살얼음판 형국을 거쳤다.

우여곡절 끝에 여당 대선후보가 된 뒤에도 대장동 개발 등 각종 의혹 속에 고군분투하며 힘겨운 선거전을 치러야 했다.

그런 와중에 이 전 지사는 지난달 26일 경기 김포시 선거 유세에서 "경기도도 대통령 한번 만들어봐야 할 것 아니냐"며 "경기도가 대권가도의 무덤이 아닌 꽃길임을 증명하겠다"고 대망론을 외쳤다.

이달 4일 남양주 유세에선 "누군가 '경기도지사는 대권가도의 무덤'이라고 그랬다"며 "왜 경기도가 무덤인가.

본인들이 부족했던 것 아닌가.

이제 경기도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새로운 중심이 됐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윤석열 당선] 전임 지사 5명 대권도전 좌절…다시 부각된 '경기지사 무덤론'
이번 대선 결과로 '경기지사 무덤론'은 여전히 극복하지 못한 징크스이자 풀지 못한 숙제로 남게 됐다.

경기지역 한 여당 인사는 "여러 한계를 극복하고 경기지사 대망론을 입증할 절호의 기회였는데 안타깝다"며 "하지만 주목할만한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그 과정 자체로도 의미 있는 행보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