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구도 굳히려는 듯…알권리 제한 지적엔 "방송은 자유"

국민의힘이 27일 더불어민주당에 4자 TV토론 대신 '국회나 제3장소에서 양자 토론을 먼저 하자'고 하면서 양자 토론을 고수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은 법원이 방송사 주관 양자 TV토론을 불허했으니 방송사 밖에서 민주당과 따로 하겠다는 입장인데, 보수표를 두고 경쟁하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배제'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사실상 4자 토론을 최대한 미루면서 유권자의 알권리를 위해 다른 후보 참여를 보장하라는 취지의 법원 판결을 우회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방송사 밖에서라도 安패싱?…양자토론 고집하는 윤석열(종합)
국민의힘은 4자 토론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며 민주당과 먼저 합의한 양자 토론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윤석열 후보는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서 4자 토론에 대해 "자기의 정견 그런 것을 제대로 드러내기가 어렵다"며 "맞수토론이 서로 다른 점을 부각하고 국민들께 자기의 입장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더 유용한 토론 방식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TV토론 협상단장인 성일종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국민은 양자 토론을 더 보고 싶어하고 더 듣고 싶어한다"며 "(민주당은) 당당하게 양자 토론에 먼저 응하고 4자 토론은 언제든지 하면 된다"고 말했다.

성 의원은 양자 토론을 제안한 이유에 대해 "법원의 가처분 취지는 방송사 초청 토론회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으로, 방송사 초청이 아닌 양자 합의에 의한 토론회 개최는 무방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법원의 가처분 결정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법원은 지난 26일 KBS·MBC·SBS 등 지상파 3사 방송사가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제외한 채 방송토론회를 실시·방송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TV토론이 유권자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한 상황에서 토론에서 배제된 후보자는 향후 선거에서 불리해질 우려가 있고, 유권자가 이들 후보의 정책·현안 등을 접할 기회를 박탈한다는 등의 이유 때문이다.

즉 TV토론을 다른 주요 후보와 함께 하라는 취지이지 양당만 따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라는 의미가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성 의원은 국민의 알권리 침해라는 지적에 "양자 토론을 국회나 제3 장소에서 하면 언론인도 오고 중계하고 싶은 방송사도 와서 하면 될 것이고 그건 자유다"라고 답했다.
방송사 밖에서라도 安패싱?…양자토론 고집하는 윤석열(종합)
방송사의 제안을 받아들여 오는 31일 4자 TV토론에 동의한 나머지 3당은 국민의힘에 반발했다.

민주당 박주민 방송토론콘텐츠 단장은 브리핑을 열어 "법원 판결을 무시하는 것 같다.

4자 토론을 회피하려는 수단으로 양자 토론을 사용하려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해치지 않을 테니 굳이 궁색한 꼼수로 2자 토론으로 도망가지 말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도 이용호 의원이 페이스북에 "명분이 없을 뿐 아니라 토론을 회피하는 것처럼 보이는 옹졸한 제안"이라고 지적하는 등 제1야당 후보로서 당당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이 반발을 무릅쓰고도 양자 토론을 고수하는 이유는 TV중계보다 양자 구도를 가져가는 데 더 의미를 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야권 지지층을 놓고 경쟁하는 안철수 후보의 토론 기회를 최대한 줄이려는 목적도 있어 보인다.

국민의힘이 앞서 민주당과 양자 토론 협의 과정에서 이목이 집중되는 '방송사 황금시간대'를 거론하며 먼저 설연휴 타이밍을 요구했던 점을 고려하면 31일 토론을 피할 다른 이유가 마땅치 않아 보인다.

이와 관련 안철수 후보는 "저와 토론하는 게 무섭나보다"고 말했고,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은 "설 밥상에서 안철수라는 떡국을 빼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송토론회는 선거법에 따라 선거운동 기간 중 '3회 이상' 열게 돼 있지만, 후보 간 합의가 있으면 추가 개최도 가능하다.

후보의 참모습을 정제된 기사를 통해서가 아니라 국민에게 직접 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추가 개최가 유권자의 판단을 돕는다는 게 정치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