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이전 같은 거대 담론 사라져
대표적 ‘스윙보터’로 떠오른 2030
이념·진영 탈피 경향에 발맞춰
소확행, 생활공약으로 승부 걸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오른쪽)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소상공인연합회 신년 하례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오른쪽)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소상공인연합회 신년 하례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역대 대선에서는 선거 중심을 이루는 국가적 어젠다와 같은 거대 담론들이 있었다. 2002년 행정수도 이전, 2007년 한반도대운하 건설, 2012년 경제민주화, 2017년 적폐 청산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올해 대선은 이런 거대 담론은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소확행’ ‘심쿵’ 등 이름의 생활 밀착형 소소한 공약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금까지 ‘소확행’이란 이름의 50여개 공약을 내놨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윤석열의 심쿵’ 공약 20여개를 제시했다. 주요 대선 후보들이 거대 담론 대신 이런 ‘소소한 공약’으로 승부를 거는 이유는 뭘까. 선거판의 대표적 ‘스윙보터(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그때 그때 사안별로 판단)’로 떠오른 2030세대 때문이다. 이들이 스윙보터로 불리는 이유는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은 엎치락 뒤치락 해왔다. 그러는 가운데에서도 일정한 흐름이 있다. 40대는 이 후보에 대한 꾸준한 지지세가 이어져 왔고, 50대는 균형, 60대 이상은 윤 후보를 지속적으로 지지해 왔다. 그러나 20~30대는 때론 이 후보를, 때론 윤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이 때문에 2030세대를 ‘스윙보터’ ‘캐스팅 보터’로 부르는 이유다.

예켠대 한국갤럽이 지난해 11월 16일~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이하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이 후보 27%, 윤 후보 34%의 지지도를 보였다. 연령대로 보면 20대(18~19세 포함)는 이 후보 12%, 윤 후보 15%였고, 40대는 이 후보 36%, 윤 후보 24%였으며, 60대 이상은 이 후보 27%, 윤 후보 53%의 지지를 나타냈다.

한국갤럽의 새해 1월 4~6일 조사에선 전체 지지율 면에서 이 후보 36%, 윤 후보 26%로 뒤집어 졌다. 그럼에도 60대 이상에선 윤 후보의 지지율(43%)이 이 후보(32%)를 여전히 앞섰고, 40대에선 반대로 이 후보의 지지율이 우위를 보이는 흐름이 이어졌다. 그러나 20~30대에선 지난해 11월 16일~18일 조사때와 달리 이 후보 지지율이 윤 후보에 비해 두 배 가량 앞섰다. 20~30대가 판을 가른 것이다.

지난 1월 18~20일 조사에서 이 후보와 윤 후보는 각각 34%, 33%의 지지율로 박빙을 보였다. 역시 40대는 이 후보 우위, 60대는 윤 후보 우위 흐름이 변하지 않았다. 20~30대는 이번엔 두 후보에게 엇비슷한 지지율을 보였다. 코리아정보리서치의 조사 결과를 보면 20대의 이 후보 지지율은 지난해 12월30일 40.2%에서 올해 1월 11일 21.4%, 1월 19일 20.7%를 보였고, 윤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28.5%→38.2%→48.2%로 변동폭이 컸다.

2030세대가 전체 유권자의 35%를 차지하는데, 이런 비율도 무시못하지만 판세를 좌우하는 대표적 스윙보터인 이들을 잡지 못하면 승기를 잡을 수 없다는 점에서 여야 후보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더욱이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2030세대들이 과거보다 월등히 높아졌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특히 여론조사에서 20~30대의 경우 지지 후보를 바꿀 의향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크게 높다는 점도 이들의 파워를 확인케 해준다. 이 때문에 대선 후보들이 2030세대를 겨냥한 공약에 공을 들일 수 밖에 없다.

과거엔 ‘2030세대’ 표심은 지금의 민주당 계열의 전유물인 것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이들의 지지 덕에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박영선 민주당 후보를 제쳤다. 젊은층의 이런 변화는 탈이념과 실리주의 경향과 맞물려 있다. 좌·우, 진보·보수라는 이념적인 틀에서 벗어나 정치 상황이나 그때그때의 이슈, 자신들이 관심을 갖는 정책 등에 따라 후보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이런 표심 흐름에 맞추다 보니 여야 모두 거대 담론보다 소소한 공약에 공을 들이게 된 것이다. 윤석열 캠프의 한 관계자는 “공약을 만들기 위해 여론을 수렴해 보면 2030세대들을 중심으로 거대 담론이나 이념적 이슈보다 실용적 정책을 선호한다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미시적인 공약에 공을 들이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물론 이런 미시적 공약들은 2030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이 후보 캠프 관계자는 “2030에게 초점을 맞추되 다른 연령대로 이런 공약을 넓혀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후보는 게임 확률형 아이템의 구성확률과 기댓값 공개, 군 복무 중 휴대전화 요금 절반 인하, 군 복무 중 최소 1학기 이수 취득학점 인정제, 태블릿 PC 허용, 학점 비례 등록금제 도입, 교육과 취업을 포기한 니트(NEET)족 청년 지원 등이 청년층을 겨냥한 대표적 소확생 공약이다. 오토바이 소음 근절,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 임플란트 보험 확대 등 범연령층 공약도 있다.

윤 후보는 임기 내 신혼부부 등에 건설 원가로 총 50만 가구 공급, 신혼부부·청년층에 대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80%로 상향, 저리 융자, 저소득층 청년 재산 형성 보조를 위한 ‘도약 보장금’, 배우자 출산 휴가 급여 확대 등 청년 공약을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원할 경우 재택근무 보장, 오토바이 운행기록장치 설치땐 보험료 대폭 할인, 건강보험 가입자 정보 도용 방지, 아파트 단지별 공원 조성, 택시 운전 칸막이 설치, 전기차 충전 요금 동결, 체육시설 소득 공제 등 심쿵 공약을 선뵀다.

홍영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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