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3일 청와대를 범부처 이슈에 집중하는 슬림한 조직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각 부처 장관에게 전권을 주고 결과에 책임지도록 하는 ‘분권형 책임장관제도’도 도입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한국행정학회·한국정책학회 공동주최로 열린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청와대를 국가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게 기능 중심의 슬림한 조직으로 개편하겠다”며 “대통령만이 감당할 수 있는 범부처·범국가적 사안을 집중 기획·조정·추진할 수 있는 전략적 조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개편의 일환으로 분권형 책임장관제 도입 구상을 밝혔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켜 사실상 내각제에 준하는 국정 운영 기조로 바꾸겠다는 뜻이다. 행정부 운영에선 삼권분립 정신을 지키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국회 청문 과정에서 부적합한 인사라는 것이 드러날 경우 국회의 판단을 최대한 존중할 것”이라면서도 “행정부가 여타 집권 세력이 자행하는 부당한 정치적 외압에 휘둘리지 않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윤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직면하게 될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을 감안한 국정 운영 구상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국회 구성상 더불어민주당의 동의가 없으면 국무위원 임명 제청권을 갖고 있는 국무총리 임명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윤 후보가 당선되면 정계개편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가 오는 4월 예고한 전기요금 인상 계획도 백지화하겠다고 했다. 현재 정부는 대선이 끝난 직후인 올해 4월과 10월 단계적으로 전기요금을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전기요금 인상안에 대해 “정치적 결정” “문 정부의 탈원전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전기요금 인상이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피해를 가중시키고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빅데이터 등 디지털산업 혁신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상황에서 전기요금의 무리한 인상은 국민에게 큰 타격을 준다”며 “디지털 혁신 강국으로 가기 위해서도 적정 수준의 전력 가격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기간엔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윤 후보는 또 “전력 공급을 원자력발전,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신재생 에너지 등 네 가지 ‘에너지 믹스(energy mix)’로 한다”며 “어떤 조합이 가장 적합한지 비용과 효율을 다 따져보고 에너지 전력 공급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며 원전 위주의 전력 공급 체계로 가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윤 후보는 탈원전 정책 이후 한국전력의 적자 폭이 늘었다고 지적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는 19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의 '7시간 통화' 일부 발언에 대해 "대통령 후보 부인이 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고 말했다.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광주시의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불쌍하다"고 언급한 김 씨의 발언을 두고 이같이 평가했다."내가 집권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김 씨의 발언도 언급하며 "굉장히 심각한 말이다.그런 말을 처음 듣는다"고 했다.이어 "공인 의식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고 개인 이해관계로 인식하는 그런 수준에 있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이 전 대표는 "현재 판세는 우위를 가릴 수 없을 정도로 (지지율이) 붙어 있다"며 "이달 말부터 시작하는 설이 끼어있는 연휴 기간에 이뤄지는 여론 지형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전망했다.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됐다는 지적에는 "역대 선거를 보면 본선(공식 선거 운동)에 들어가기 전 (지지율) 40%가 넘는 후보가 거의 없었다"며 "(설 연휴 기간)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회자되고, 그 전에 토론회를 하는 데 후보 간 진검승부가 이뤄지기 때문에 그 대목에서 변화가 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민주당 광주시당에서 열린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미래시민광장위원회 광주본부 출범식에 참석해 관계자들을 격려했다./연합뉴스
국힘 "자다가 봉창" 경계…安·沈 '대통령 권한 축소' 방점대혼전·네거티브 대선에 정국 전환용 카드로 부상 가능성도3·9 대선이 5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개헌시 대통령 임기 단축' 의사를 밝히면서 향후 정국에 미칠 여파에 관심이 쏠린다.이 후보를 포함해서 대선주자들이 그동안 개헌 문제에는 비교적 신중한 입장을 보였기 때문에 바로 개헌 정국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박빙 양상으로 진행되는 선거 과정에서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개헌정국이 조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불을 댕긴 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다.이 후보는 18일 MBN 인터뷰에서 "책임정치를 위해서는 권력이 분산된 4년 중임제가 필요하다"면서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 시기를 맞추기 위한 차기 대통령 임기 1년 단축도 주장했다.이 후보의 이런 발언에 대해 민주당 선대위 측은 전략적으로 던진 의제가 아닌 후보 본인의 평소 지론에 가깝다며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집권 여당의 유력 대선 주자가 꺼내든 개헌론의 여파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다른 대선 후보들도 대체로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의 필요성 자체는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는 분위기다.그러나 개헌의 각론에서는 현격한 입장차를 드러내고 있다.특히 모든 정치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나 다름없는 개헌론을 대선을 코앞에 둔 현시점에서 던진 의도에 대해선 잔뜩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선대본부 관계자는 19일 통화에서 이 후보의 개헌 언급에 대해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라면서 "대선을 50일 남겨두고 얘기할 계제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이 관계자는 "이 후보가 대장동·코나아이·변호사비 대납·백현동 의혹 등에 대해 열심히 사과하는 게 먼저"라면서 임기 단축론에 대해서도 "해설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잘라 말했다.윤 후보 본인은 개헌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그는 지난해 12월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개헌 얘기까지는 제가 대선 준비하면서 논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국민적 합의를 지켜봐야 하는 문제"라고 말한 바 있다.그는 "정치인은 내각제를 좋아하지만, 일반 국민은 대통령제를 많이 선호한다"며 "그 문제는 지금 언급 안 하겠다"고 개헌 논의에 거리를 뒀다.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는 개헌에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분권형 대통령제'가 먼저라는 입장이다.안 후보는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이 후보의 4년 중임제·임기 1년 단축 주장에 대해 "그게 핵심이 아니다"라며 "사실은 대통령을 8년 하겠다는 주장과 똑같은 주장"이라고 비판했다.그는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가진 사람이 4년 중임제가 되면 모든 권한을 총동원해 재선될 것"이라면서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에 모든 대통령이 예외 없이 불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대통령 권한 축소를 위한 개헌에 방점을 찍고 있다.그는 올 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제왕적 대통령제 앞에서는 의회에서의 협치도, 정당 간 연정도 무력화될 것"이라며 "슈퍼대통령제와 결별하겠다는 선언과 구체적인 실천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그러면서 개헌 시점은 다음 총선이 치러지는 2024년으로 제시했다.현시점에서 개헌 추진의 동력이 부족하고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점은 이 후보 본인도 인정하고 있다.이 후보는 인터뷰에서 "합의가 쉽지 않다.촛불혁명 직후 할 수 있었는데 실기했다"고 말했다.그러나 이번 대선판이 유례를 찾기 어려운 대혼전 양상으로 진행되는데다 검증을 앞세운 '진흙탕 네거티브' 공방이 극심해지고 있기 때문에 개헌 이슈는 언제든 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이 정치권에서 나온다.한 관계자는 "여든 야든 수세 국면에 몰린 후보가 개헌 카드를 통해 난국을 타개하고 정국 돌파를 시도할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고 전망했다./연합뉴스
김건희 녹취록 발언도 연일 맹공…"성공한 최순실 꿈꾸는 아류"더불어민주당은 19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부인 김건희씨의 '무속인 친분' 의혹을 집중 부각하면서 "라스푸틴", "무속인과 손잡은 대선사기"라고 맹공했다.민주당은 또 김씨의 이른바 '7시간 통화' 발언도 계속 물고 늘어지며 "최순실 아류", "김건희 시즌2"라며 '국정농단' 프레임을 부각했다.선대위 총괄특보단장 안민석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씨를 겨냥해 "최순실 아류"라며 "어쩌면 성공한 최순실을 꿈꾸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이어 "최순실씨는 사실과 거짓을 섞어서 말하는 습관이 있다.그러면서 사람을 홀린다.그 다음에 돈과 권력이면 뭐든지 다 해결된다는 그릇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두 사람이 똑같다"고 지적했다.이어 "(김씨는) 무당을 가까이 둔다는 점에서 최순실을 아래로 보는 느낌"이라며 "김건희의 시즌2가 시작되는 게 아닌가"라고 비판했다.송영길 대표도 광주 KBS 라디오에 나와 "대통령을 윤석열 뽑는 것인지 김건희를 뽑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이런 시대로 갈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이어 "주술과 마법 같은 데 의존하는 이런 나라가 되어서는, 러시아 황제 니콜라 2세가 라스푸틴이라는 괴상스러운 요승에 휘둘려서 러시아 제국이 멸망했던 것처럼 나라가 크게 위험이 처할 것"이라고 일갈했다.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윤 후보를 김씨가, 김씨를 법사들이 지배하고 있다"며 "그 고리는 끊어지지 않는 검사와 사모와 법사가 일체인 검사부일체의 끈끈한 운명공동체의 고리"라고 말했다.그러면서 "검찰총장과 무속인이 손잡고 벌이는 대선사기"라고 밝혔다.박찬대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윤 후보와 친분이 있다고 알려진 '건진법사' 전모씨를 언급하며 "보도에 따르면 김씨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의 후원사가 일광종이 만든 재단에도 거액을 출연했다"며, 일광종은 전씨가 속한 종파라고 설명했다.박 대변인은 "사태의 핵심은 그가 '비선'이고 '실세'라는 것"이라며 "윤 후보 부부와 건진법사 일가가 무슨 관계인지 밝히라"고 촉구했다.이해찬 전 대표도 '이재명플러스'에 올린 글에서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도 당연히 공인"이라며 "유력 후보 중 오직 윤 후보의 배우자인 김씨만 보이지 않는다"고 질타했다.이 전 대표는 "34년 정치 생활에서 이런 대선은 처음 본다"며 "자신이 한 말인데 이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까지 내는 것 역시 공인으로서 차마 할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한편, 민주당은 장영하 변호사가 전날 이 후보의 '욕설 파일' 녹취록을 공개한 것에 대해 '물타기'라고 평가절하했다.안 의원은 "(김씨 녹취록 논란을) 물타기 하기 위해 이 후보의 문제가 되는 녹취록을 예상보다 빨리 꺼내 들었다"며 "장 변호사가 무슨 새로운 걸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협박용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