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융시스템 활용' 승인에 달러 송금길 열려…JCPOA 복원협상 시그널 되나
한국, 이란 다야니에 배상금 지급 가능해져…미국 재무부 허가(종합)
한국이 이란 다야니가(家) 측에 지급해야 할 국제투자분쟁(ISDS) 배상금을 송금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외교부는 12일 "미국 측은 해당 배상금 송금을 위한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실(OFAC)의 이달 6일 자 특별허가서(specific license) 발급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로버트 말리 미국 이란 특사는 최근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이 진행 중인 오스트리아 빈에서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만나 특별허가서 발급을 알렸다.

이번 허가서는 다야니 측에 대한 배상금 지급을 위해 미국의 금융시스템 활용을 승인하는 내용으로, 그간 한미 당국이 관련 협의를 지속해 왔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중재 판정부가 결정한 배상금은 약 730억 원 규모지만, 구체적인 송금 액수는 추후 협의를 통해 결정될 전망이다.

외교 소식통은 "구체적 액수 등 다야니 측과 결정해야 할 것들이 일부 남아 있다"면서도 "송금하는 데 제약은 없어진 것으로 세부 사항만 협의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 이란 다야니에 배상금 지급 가능해져…미국 재무부 허가(종합)
이란 민간 투자자인 다야니 가문은 자신들이 소유한 이란 가전회사 엔텍합이 2010년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합병하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채권단에게 계약금 578억 원을 지급한 바 있다.

투자확약서 불충분을 이유로 계약이 불발되자 다야니 측이 보증금을 되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채권단을 계약 해지의 책임을 물어 이를 거부했다.

이에 다야니 측은 한국 정부가 한-이란 투자보장협정상 공정·공평한 대우 원칙을 위반했다며 2015년 국제중재를 제기했으며, 2018년 6월 중재 판정부가 정부가 청구금액 935억 원 중 약 730억 원 상당을 다야니 측에 지급하라는 판정을 내렸다.

정부는 이듬해 영국의 고등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도 제기했으나 기각됐다.

하지만 대이란 제재로 인한 금융거래 제한으로 정부가 다야니 측에 중재배상금을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다야니 측이 원하는 달러로 배상금을 주면 제재에 걸리기 때문인데, 이번 OFAC의 허가를 통해 달러 송금이 가능해졌다.

한국, 이란 다야니에 배상금 지급 가능해져…미국 재무부 허가(종합)
이번 특별허가서 발급은 다야니 배상금과 동결자금 등이 얽혀있던 한·이란 관계에도 개선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이 허가서는 향후 한·이란 현안 중 하나였던 다야니가와의 ISDS 중재 건을 조속히 종결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며, 나아가 한·이란 관계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간 한국 정부의 요청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던 미국이 갑자기 특별허가서를 발급한 것은 JCPOA 복원 협상이 중요 국면에 들어선 와중에 이란을 향해 유화적인 시그널을 보낸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2018년 JCPOA에서 탈퇴한 뒤 독자적으로 이란 제재에 나서면서 이란의 경제난이 극심해졌다.

달러 송금이 불가능해지면서 사실상 세계 각국과의 금융 거래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란은 지난해 4월부터 P5+1 국가(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들과 JCPOA 복원 협상을 진행 중이나 미국과는 직접 대화하지 않고 있다.

복원 협상의 잠정적인 시한은 다음 달까지로 언급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