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합의서 30주년 학술회의…"정전후 평화왔을때 주체는 유엔·미국 아냐"
노태우 전 대통령 아들·딸도 참석
임동원 전 통일장관 "한반도 문제, 미국 의지·결단이 해결열쇠"(종합)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13일 한반도 문제는 미국의 의지와 결단이 해결의 열쇠라고 주장했다.

임 전 장관은 이날 한반도평화포럼 주최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30주년 기념 학술회의'에서 "미국과 북한의 적대관계가 해소되고 비핵화와 미북 관계 개선이 이뤄져야만 한반도 문제 해결의 길이 열릴 수 있게 될 것이고 미국의 의지와 결단이 문제 해결의 열쇠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럼에도 이 땅의 주인인 우리는 남북기본합의서에서 제시한 남북관계 개선, 발전 노력을 통해서 미북관계 개선을 견인하고 인내심과 일관성을 갖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주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전 장관은 1991년 12월 13일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이후 남북관계 부침을 돌아보면서 "지난 30년의 역사는 한반도 문제가 민족 내부 문제인 동시에 미국이 깊이 개입한 국제 문제라는 특성을 갖고 있으며 남북 간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노태우 정부에서 남북 고위급회담 대표로 북측과 기본합의서 협상을 했다.

임 전 장관은 당시 협상이 남북의 입장 차로 교착됐다가 양측 최고지도자들의 노력으로 돌파구를 마련한 점을 회상하며 "최고 지도자들이 합의하려는 정치적 의지와 결단이 있을 때 협상 전략이나 협상 기법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남북기본합의서는 남북이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는 것을 인정하고 이를 위해 남북 간 화해·불가침·교류협력 원칙을 담았다.

또 과도적 통일체제로 남북연합을 제시한 노태우 정부의 철학을 담았는데 이는 이후 김영삼 정부에서 통일을 화해·협력→남북연합→통일국가 완성 등 3단계로 추진하는 민족공동체통일방안으로 발전됐으며 지금도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이다.

임 전 장관은 "우리는 아직도 제1단계인 화해 협력 단계에 머물고 있다"며 "당면한 과제는 남북 화해와 교류 협력을 촉진하고 내실화하여 다음 단계인 남북연합 단계에 진입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남북 결합 단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4자(남북미중) 평화회담을 조속히 개최해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며 "정전 상태를 끝내고 평화가 왔을 때 평화를 담당하는 주체는 누구겠는가.

그때도 유엔이나 미국이겠나.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동원 전 통일장관 "한반도 문제, 미국 의지·결단이 해결열쇠"(종합)
이날 포럼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인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과 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부친의 49재를 마치고 참석했다.

노재헌 원장은 개회사에서 "남북기본합의서는 남북관계의 역사적 전환점이 된 사건으로 저의 선친, 노태우 전 대통령도 가장 가치 있는 인생 업적으로 생각하셨던 일"이라고 밝혔다.

노 원장은 "때론 남북문제는 항상 발전만이 아닌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이는 남북한 문제는 장기적 정책을 기초로 인내하며 꾸준하게 노력해야 하는 대북정책의 특수성 때문이라 볼 수 있다"며 "우리나라에게 있어 정책 방향과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국민 통합"이라고 강조했다.

전직 통일부 장관들은 정부·여당이 남북관계 성과를 독점하지 않고 야당도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는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노무현 인수위원회 시절 임동원 대북 특사와 함께 북한 고위당국자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라며 남한 야당 인사들이 북한에 '선거 기간에 남북관계를 발전시켜주지 말아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홍용표 전 통일장관은 "초당적 협력을 반드시 의견이 하나가 돼야 하는 것으로 인식할 필요는 없다"며 "상반되는 견해가 존재할 수 있고 그게 다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타협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