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시민사회·종교계 의견 갈려 험로 예고
靑 "포괄적 의미의 언급"…현장선 "즉각 추진하라" 외침도
문대통령 '차별금지에 관한 기본법' 언급…입법논의 속도낼까
"20년 전 우리는 인권이나 차별금지에 관한 기본법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인권선진국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넘어서야 할 과제입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20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차별을 막기 위한 기본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시대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인권 규범을 만들어나가는 일에 함께 역량을 모아야 한다"며 과거의 틀을 뛰어넘는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차별금지에 관한 기본법'이라고 에둘러 표현하기는 했지만, 결국 국회에서 논의 중인 차별금지법을 입법하는 데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차별금지법에는 성별, 장애 유무, 나이, 출신 국가, 성적 지향, 학력 등을 이유로 어떤 차별도 받아선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국회에는 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민주당표' 차별금지법,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정의당표' 차별금지법 등이 계류돼 있으며 각 법안의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계기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입법 논의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문대통령 '차별금지에 관한 기본법' 언급…입법논의 속도낼까
그러나 이 법안을 두고 종교계와 시민사회의 견해차가 큰 만큼 향후 논의가 진전되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현실적인 분석도 적지 않다.

물론 차별금지법제정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에서는 이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날 행사 객석에서도 "차별금지법 즉각 추진하십시오"라고 외치는 참석자가 있었다.

반대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종교계에서는 차별금지법 논의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치권의 입장도 제각각이다.

민주당의 경우 정책위원회를 중심으로 공론화를 통해 숙의 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힌 반면, 정의당은 25일 차별금지법의 연내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본관 앞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여야 유력 대권주자의 경우에도 "일방통행식의 처리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민주당 이재명 후보), "(개 식용 문제에 대해) 제도화하는 데에는 여러 사람의 합의가 필요하다.

차별금지법도 똑같다"(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등의 언급을 하는 등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도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날 문 대통령의 언급은 차별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포괄적이고 원론적 의미의 발언"이라며 "현재 국회에 계류된 차별금지법을 콕 집어 언급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부분으로, 청와대가 이 법안에 대한 특별한 입장을 정한 것도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