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자에 보유지분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법안이 결국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25일 전체회의를 열고 복수의결권(차등의결권) 도입을 골자로 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상정해 논의했으나 의결에 이르지 못했다.

산자위는 12월에 이 법안을 다시 상정, 정기국회 회기 안에 재논의하기로 했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폐단이 우려된다며 반대하고 한국노총 등 노동계도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한 점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류 의원은 전체회의에서 "벤처기업 창업주를 명분으로 복수의결권 도입을 주장하나, 경영권은 주주 간의 계약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방어할 수 있다"며 "(복수의결권 도입은) 주주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며 기존 소수 주주의 권리를 약화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했다.

한국노총 등 노동계도 지난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복수의결권 도입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개정안은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주의 지분율이 30% 미만일 경우, 창업주에 복수의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창업주의 의결권을 강화해 경영권을 방어하고 장기투자 유인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다만 시민사회계를 중심으로 이 제도가 도입되면 여러 폐단이 발생한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복수의결권이 도입된 벤처기업을 대기업집단 총수일가 등이 인수할 경우, 이들의 경영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벤처업계는 복수의결권 도입을 오랜 숙원사업으로 보고 있다.

복수의결권이 없는 상태에서 벤처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면 창업주 지분율이 급격히 떨어져 경영권 방어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택한 것도 이런 제도적 허점과 무관치 않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국회 산자위 의원들은 업계와 시민사회계의 의견을 참고해 12월에 다시 법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산자위 민주당 관계자는 "시민사회계의 우려 등도 고려하되 이미 소위를 통과한 만큼 정기국회 안에 법안을 의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전체회의에서 "창업자들이 위험 부담을 감수해 창업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을 제도적으로 인정하는 게 오히려 정의의 관점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부분을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복수의결권법' 상임위 문턱 못 넘어…내달 재논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