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코로나·자연재해 '3중고'…자력갱생으로 돌파 한계
민심이반 우려 사상통제…"중·러에 제한적 의존 생존모색할듯"
[김정은 집권 10년] ② 경제난 갈수록 심화…아킬레스건 되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집권 이후 시장경제 요소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자립경제 구축에 박차를 가하는 등 '경제 살리기'에 주력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제재가 길어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차단을 위한 국경 봉쇄, 자연재해 등 '삼중고'로 경제 전망은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집권 10년간 허약했던 권력 기반을 공고히 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악화한 경제 상황은 이런 통치기반을 언제든 약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21일 지적했다.

이에 북한도 경제난에 따른 민심 이반과 사회적 동요를 막고자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하고 '청년교양보장법' 채택 논의 등 '사상 통제'를 강화하는 양상이다.

[김정은 집권 10년] ② 경제난 갈수록 심화…아킬레스건 되나
김 위원장이 집권 이후 경제난 타개를 위해 제일 먼저 추진한 것은 이른바 '김정은식 시장경제정책'으로 일컫는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기업관리제)였다.

앞서 김정일 체제에서 추진했지만 지지부진했던 '7·1경제관리개선조치'(7·1조치)를 대폭 보강한 것이다.

7·1조치는 1990년대 중반 많은 아사자가 속출한 고난의 행군에서 탈출하고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 김정일 정권이 2002년부터 시행한 시장경제 요소를 담은 정책이지만, '1보 전진·2보 후퇴'식 반복으로 너덜너덜해진 상황이었다.

김정은 정권은 나름 파격적인 기업관리제 도입을 통해 생산과 판매, 투자와 무역 등 경영 전반에서 기업의 자율성과 재량권을 늘리고, 협동농장의 잉여생산물 처분 권한과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을 확대하면서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 조치로 장마당이 늘면서 2016년까지 북한 경제는 나름 플러스 성장을 거듭하며 김정은 집권 기간 그나마 최대 호황기를 누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시작되면서 이런 경제정책은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2018년 4월 당 전원회의에서 집권 초기부터 이어온 '핵·경제 병진 노선'을 포기하고 '경제건설 총력 집중' 노선을 선포하며 남한과 미국에 손을 내밀었다.

문재인 정부와 대화하며 미국을 설득해 제재 완화와 경제 재건을 꾀하겠다는 의도였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 등을 내세우며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 나섰지만, 이 회담이 '노딜'로 끝나면서 김 위원장이 주민들에게 공개적으로 약속했던 '행복한 삶' 구상은 수포가 되었다.

그러자 북한은 문을 닫아걸고 핵억제력을 내세우며 다시 '자력갱생'에 의한 경제발전 노선으로 회귀했다.

다만 그 이행 대책은 과거와 달랐다.

주먹구구식 자립이 아닌, 그동안 드러난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제도와 구조를 바로잡아 바닥부터 체질을 바꾸겠다는데 방점을 뒀다.

특히 지난 1월 8차 당대회를 계기로 김정일 집권 시절부터 약 20년간 추진했던 다양한 시장경제적 조치의 후유증과 부작용을 털어내는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북미대화가 결렬되고 대외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자력갱생만으로 경제난에서 벗어나려면 현 경제운영 시스템으로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가장 파격적 조치는 노동당과 군 등 이른바 힘센 특수 기관들의 '노른자위 기업 및 이익 독점' 체제를 내각 지휘 하의 국가경제 틀 안에 가뒀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단위 특수화와 본위주의'를 "혁명의 원수, 국가의 적"이라고 규정하며 "당권, 법권, 군권을 발동해 단호히 처갈겨야 한다"고 천명했다.

힘센 특수기관들의 이익 독점체제는 1970년대 말 김정일 후계자 시절 생겨나 내각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북한 경제를 파산으로 내몬 대표적 악폐로 꼽혔는데 이를 바로잡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후 내각을 중심으로 "국가의 통일적인 지휘와 관리 밑에 경제를 움직이는 체계"가 만들어지는 중이고, 여전히 시장이 경제를 뒷받침하고는 있지만, 경제상황은 갈수록 어렵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촘촘히 가동되고 있고, 지난해 1월부터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국경을 꽁꽁 닫아걸면서 의존도가 높았던 대중 교역과 관광업 수입마저 뚝 끊겼다.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 물자도 거의 반입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태풍과 집중호우로 곡창지대인 황해도와 함경도 일대를 강타하면서 식량사정이 더 어려워지고 주민 삶은 갈수록 고단해지는 형국이다.

[김정은 집권 10년] ② 경제난 갈수록 심화…아킬레스건 되나
이런 와중에 심화하는 경제난과 팍팍해진 살림으로 민심이 이탈할 가능성을 염려한 듯 오히려 '비사회주의·반사회주의와의 투쟁'을 외치며 주민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식량난이 악화하자 주민들에게 군량미와 전쟁 비축미를 판매하도록 조치하고 살림집 건설을 장려하며 최고지도자의 민생해결 노력을 부각하는 한편으론 사회 전반에 대한 고삐를 더욱 죄고 있는 것이다.

간부들을 상대로 '부패와의 전쟁'을 진행 중이고, 노동당 내 전문 부서로 '규율조사부'와 법무부를 신설하면서 법적 처벌로 사회 기강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남측 영상물을 유포한 자는 사형에 처하고 시청한 사람은 최대 징역 15년형에 처하는 내용 등이 담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청년교양보장법'을 제정하고 주민들의 언어와 옷차림, 나아가 노래와 춤에서도 '북한식'을 강조하며 외부 문물을 철저히 배격하는 분위기다.

1990년대 중후반에 태어나 남측의 'MZ세대'에 해당하는 '장마당 세대'가 체제 수호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하고 먹고사는 문제나 외부 문화에 관심이 크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하고 체제결속을 도모하는데 성공했으나 반사회주의적 행태에 대해서는 가차 없는 통제를 가함으로써 열린사회보다는 국가적 지도와 감시 중심의 폐쇄적 사회문화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이 앞으로 자력갱생을 추진하면서 제한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에 의존해 생존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자력갱생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고 사회통제 강화를 지속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은 집권 10년] ② 경제난 갈수록 심화…아킬레스건 되나
/연합뉴스